롯데 자이언츠는 올해 4,5선발이 없어서 고전을 하고 있다. 여러 투수들을 시험해봐도 뾰족한 수가 안 나온다. 기대주들이 모두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고, 깜짝 호투를 펼쳐주는 선수도 찾기 힘들다.
이럴 때일수록 그리운 선수가 바로 이용훈(36)이다. 지난해 이용훈은 어깨부상을 딛고 재기에 성공, 화려하게 날아 올랐다. 시즌 초반에는 5선발 요원으로 분류됐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전반기에는 사실상 유먼과 함께 원투펀치로 활약하며 롯데 마운드를 지탱했다. 비록 후반기 어깨통증이 재발하며 시즌아웃 됐지만 8승 5패 101⅔이닝 평균자책점 3.01로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을 했다.
그렇지만 올해는 불운이 겹치며 아직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사이판 전지훈련 캠프에서 발목 부상을 입어 중도에 귀국했고, 몸을 만드는 것이 늦어져 2군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여기에서 또 탈이 났다. 빨리 몸을 만들어 팀에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에 무리해서 운동을 했고, 다시 어깨 통증때문에 재활에 들어갔다. 5월 17일 넥센전이 이용훈의 마지막 퓨처스리그 실전 피칭이다.

다시 찾아온 통증, 그리고 재활에도 불구하고 이용훈은 여전히 복귀에 대한 의지를 감추지 않는다. 이용훈은 "빨리 하겠다는 욕심을 부린게 화근이 됐다. 5월 쯤 다시 어깨가 아파 (투구를) 중단했다"면서 "그래도 지금은 정말 많이 좋아졌다. 나도 놀랄만큼 회복 속도가 빠르다"고 힘줘 말했다.
이제 정규시즌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사실상 올 시즌은 1군에서 이용훈을 보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직 실전투구에 들어가지 않고 재활운동에만 전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용훈은 "미치도록 공이 던지고 싶다. 그건 재활을 하는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이번에는 절대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할 수 없다. 내 선수생명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고 간절한 마음을 담아 말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이용훈은 후배 선수들의 멘토가 되어주고 있다. 14일 1군에 등록돼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강영식은 이용훈을 믿고 따르는 후배다. 강영식은 "용훈이 형으로부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넌 그렇게 좋은 공을 갖고 있는데 뭐가 걱정이냐. 너 자신을 믿고 던져라'는 이야기를 계속 해 주셨는데 거기에서 많은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용훈은 "후배들이 잘 하는거지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없다"며 쑥쓰러운 듯 웃었다. 그렇지만 이용훈이 보여주는 프로다운 자세, 그리고 야구에 대한 집념은 롯데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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