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보면 사람 냄새가 물씬 느껴지는 스타들이 여럿 등장한다. 딸의 남자친구를 만난 후 발끈하는 아빠 김태원부터 소개팅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는 노총각 김광규까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생활하는 스타들이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는 프로그램, 여기 ‘나 혼자 산다’가 있다.
‘나 혼자 산다’는 혼자 사는 남자들의 일상을 관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프로그램. 김태원, 이성재, 김광규, 데프콘, 노홍철, 강타가 출연하고 있다. 혼자 사는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삶을 보여주며 공감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 16일 방송에서 사람 냄새 나는 스타들의 모습을 포착하는 즐거움을 안겼다.
때론 궤변에 가까울 정도로 기괴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듣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의 심각한 건망증으로 인해 독특한 인물로 여겨졌던 김태원. 이날 김태원은 딸의 남자친구를 쿨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대한민국 어느 아빠들의 행동으로 시청자들을 피식 웃게 만들었다.

딸의 남자친구 마르코에게 부모의 직업을 묻는 고리타분한 행동부터 장래희망에 생트집 가까운 딴죽을 걸고 딸이 없으면 대화가 끊기는 모습은 어느 가족에서나 만날 수 있는 공감 가득한 장면이었다.
김태원이 '딸바보' 아빠로서 공감대를 형성했다면, 김광규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노총각들의 아픔을 대변했다. 이성재를 비롯한 다른 멤버들이 걱정을 마다하지 않는 노총각 김광규. 그는 이날 옷깃을 빳빳하게 다린 옷을 갖춰입고 소개팅에 나섰다. 사전에 음식 메뉴를 정해놓았지만 시작부터 말을 더듬으며 쉽지 않은 소개팅을 예상하게 했다. 일반인에 대한 제작진의 배려로 인해 이날 여성의 얼굴과 신변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소개팅 후 “잘 맞지 않았다. 1대 1 소개팅을 성공한 적이 없다”고 씁쓸해하는 김광규의 모습은 그가 어떻게 소개팅 자리에서 대화를 이어갔을지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했다. 대화거리를 찾느라 진땀을 몇 번 흘렸을 것이고, 공통적으로 나눌 수 있는 유명인에 대한 이야기를 겨우 찾아서 나눴을 것이고, 의미 없이 음식만 들이키는 순간도 있었을 게다.
이처럼 보지 않아도, 그리고 방송을 통해 접하는 그들의 모습에는 인간미가 넘친다. 딸의 남자친구를 질투하는 김태원이나 소개팅에서 능수능란하지 못해 외로운 밤을 지새우는 김광규나 어디서든 봄직한 모습이다. 거창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사람 냄새가 폴폴 나기에 자꾸만 시선을 멈출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 바로 ‘나 혼자 산다’의 출구 없는 매력인 셈이다.
이는 열애 중이라는 김광규의 거짓 고백과 이 같은 그의 사생활이 이미 증권가 정보지(찌라시)를 통해 퍼져있다는 몰래카메라에 심각하게 걱정하는 강타의 따뜻한 씀씀이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서로를 예쁘다고 칭찬하고, 다소 손발이 오그라들 수 있는 영상을 함께 찍으며 시간을 보내는 명세빈, 조안, 권은정의 행동에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짓는 이성재의 행동도 공감대를 형성하기에 충분했다. 프리스타일 미노의 신혼집에 방문해 소개팅 주선에 광대가 한없이 올라가는 데프콘의 촐싹 맞은 웃음과 방정스러운 몸짓도 귀여운 노총각을 대변하는 순간이었다.
현재 이 프로그램은 혼자 사는 남자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추적하면서 스타들의 훈훈한 인간미를 전파하고 있다. 유독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스타들의 진솔한 면모가 방송 후 화제가 되는 것도 기본적으로 이 프로그램이 사람을 보는 시선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고 있기 때문이다. 때론 청승 맞아 보일 수 있을지언정 스타들의 흐트러지고 편안한 일상은 안방극장의 호감도를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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