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스프링캠프 당시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에게 베테랑 외야수 송지만(40) 활용법을 묻자 "보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염 감독은 "송지만은 나에게 보험 같은 존재다. 그와 비슷한 역량을 갖춘 어린 선수가 있다면 송지만보다는 어린 선수를 더 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송지만은 팀 상황이 좋지 않고 내가 어려울 때 가장 도움이 되고 잘 활용할 수 있는 보험"이라고 말했다.
송지만은 지난 겨울 은퇴의 기로에 섰다. 지난해 4월 공에 다리를 맞고 실금이 가는 부상을 입은 끝에 늦게 시즌을 시작했고 결국 컨디션이 좋지 않아 14경기에 출장하는 데 그쳤다. 팀 외야에는 점점 어린 선수들이 들어왔고 그가 설 자리는 좁아졌다.

그는 그러나 현역으로 남기로 했다. 2000경기 출장 같이 아직 남은 기록 같은 것은 상관 없었다. 그는 "야구선수로서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었다"고 했다. 송지만은 신임 감독인 염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끝에 종전 연봉 2억5천만원에서 1억7천만원 삭감된 8천만원에 재계약 도장을 찍었다.
송지만은 올해도 1군보다는 2군에 더 오래 머물러 있지만 전혀 아쉬운 티를 내지 않고 후배들을 위한 '벤치 워머'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염 감독은 부상 선수나 팀 분위기 저하 등 위기가 생기면 그를 콜업한다. 그는 타석에서도 18경기에서 31타수 10안타 6타점 타율 3할2푼3리 득점권 타율 4할로 녹슬지 않은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송지만은 지난 16일 사직 롯데전에서 팀이 0-4로 뒤진 5회 리그 다승 선두인 쉐인 유먼을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송지만은 4월 14일 목동 삼성전에서 9회 오승환을 상대로 시즌 1호포를 쏘아올리는 등 리그 에이스 투수들을 상대로 홈런을 가뿐하게 터뜨리며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
그는 최근 취재를 하는 기자들이나 사인을 받는 팬들에게 "내년 되면 기회가 없다"며 농담 반 진담 반의 유머를 건네고 있다. 그가 사랑하는 유니폼을 언제까지 입을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의미있는 것은 그가 아직까지도 팀이 필요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힘을 가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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