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1, 신시내티 레즈)가 왼손 투수에 약하다는 것은 이미 기록으로 증명된 부분이다. 추신수의 가치를 다소 깎아먹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기록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이 현지에서 나와 흥미를 모으고 있다.
추신수는 16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115경기에 출전, 타율 2할7푼4리, 15홈런, 37타점, 14도루, 출루율 4할1푼1리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미니 슬럼프로 타율이 다시 2할7푼대로 떨어졌으나 여전히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다. 추신수의 출루율은 내셔널리그에서는 팀 동료 조이 보토(.434)에 이은 2위 기록이다. 오직 보토와 추신수만이 4할 이상의 출루율을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 전체로 따져도 4위다. 리드오프로서는 단연 최고 기록이다.
리드오프의 가장 큰 덕목이 출루라는 점을 생각하면 추신수는 환상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이 맞다. 여기에 15개의 홈런을 때리며 장타력까지 과시하고 있다. 다만 오른손 투수와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의 격차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곤 한다. 실제 추신수는 오른손 타자 상대 타율이 3할2푼1리에 이르는 반면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은 1할7푼5리에 머물고 있다. 때문에 추신수에 대한 회의론자들은 “비싼 플래툰 선수”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모두가 이런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왼손 투수 타율이 아주 큰 장애물은 아니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신시내티 지역 유력 언론인 ‘신시내티 인콰이어러’의 존 에라디 기자도 17일 컬럼을 통해 이와 같은 주장을 폈다. 요약하면 단순한 숫자로는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에라디는 “추신수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3할2푼1리의 출루율을 기록하고 있으며 메이저리그의 선발 투수들은 75%가 우완이다”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추신수의 왼손 투수 상대 출루율은 타율에 비해 높은 편이다. 에라디는 “올해 220타석 이상을 소화한 신시내티 선수 중 추신수의 왼손 상대 출루율보다 높은 전체 출루율을 기록 중인 선수는 조이 보토, 제이 브루스 뿐이다”라고 했다. 추신수의 왼손 상대 출루율이 결코 낮지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한편 에라디는 추신수의 약점을 보기 보다는 강점을 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추신수는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통산 타율 3할9리, 출루율 4할8리, 장타율 5할2푼을 기록 중이다. 이는 스위치히터였던 전설적 선수 피터 로즈가 좌타석에 들어서 오른손 투수를 상대로 했던 기록(.307/.384/.419)보다 높은 것이다. 선발투수 중 75%가 오른손인 만큼 추신수가 약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곱씹어볼 만한 대목임은 분명하다. 왜 추신수가 좌완에 대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높은 예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지에 대한 해답일 수도 있다. 미 스포츠 전문지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역시 추신수를 2014년 FA시장 2위권 대어로 평가하기도 했다. 현지의 평가가 우리가 우려하는 만큼 나쁘지 않은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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