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승우, 야구인생 봄날 덮친 안타까운 부상 악령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3.08.17 06: 26

"야구가 재미있다". 
한화 외야수 추승우(34)에게 올초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는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지난 몇 년간 기회를 얻지 못한 채 2군에 머물렀고, 한 때 은퇴를 심각하게 생각하며 한 달간 그라운드를 떠나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있을 곳은 결국 야구장이었고, 다시 돌아와 더욱 절박하게 매달린 그에게 조금씩 기회의 문이 열리고 있었다. 
추승우는 "작년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야구를 포기할 수 없었다. 여러 분들의 도움으로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며 벼랑 끝에서 돌아온 뒤 야구가 더욱 재미있어졌다고 했다. 그의 야구는 올해 드디어 꽃을 피웠다. 72경기 타율 3할4리 48안타 17타점 12도루. 규정타석은 아니지만 3할 타율에 팀 내 최고 도루로 활약을 펼쳤다. 

우리나이 35세에 찾아온 커리어 하이 시즌. 숱하게 위기가 있었지만 그는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추승우는 2군에 있을 때에도 고참으로서 솔선수범하며 분위기를 잡아줬다. 그런 선수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고 했다. 실제로 추승우는 잘 드러나지 않는 2군에서도 훈련 이후 공을 줍는 것부터 몸소 실천하며 후배들이 알아서 따라오게 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2013년은 그의 야구인생 봄날이었다. 팬들도 '추추트레인' 추신수(신시내티)의 별명을 빗대 '추추트랙터'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다소 짓궂을 수 있는 별명이지만 그는 "팬들이 좋아해주시면 나도 좋다. 팬들이 앞으로도 야구장에서 많이 불러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로 감사해 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잠실 LG전에서 전혀 예기치 못한 부상 악령이 그를 덮쳤다. 이날 추승우는 공수에서 펄펄 날았다. 3회 선두타자로 나와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간 뒤 고동진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결승 선취점을 올렸다. 이어 5회 1루 수비에서는 박용택의 잘 맞은 타구를 용수철처럼 튀어올라 원바운드로 다이빙 캐치한 뒤 직접 1루 베이스를 밟고 아웃시키며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호사다마였을까. 7회 또 다시 좌전 안타로 포문을 연 추승우는 그러나 엄태용의 좌중간 안타에 1루에서 2루를 지나 3루로 향하는 과정에서 갑작스럽게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베이스 밟고 도는 과정에 오른쪽 발목을 세게 접지른 것이다. 극심한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진 그는 끝내 일어서지 못했고, 들것에 실려 앰뷸런스를 타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진단 결과 오른쪽 첫 번째 중족골 골절로 엄지발가락 윗부분의 뼈가 부러졌다. 오는 19일 이경태정형외과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 사실상 남은 시즌 출전이 어려워졌다. 야구인생 봄날에 예고 없이 찾아온 부상 악령에 추승우도 울고, 한화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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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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