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모습은 지질해 보이는 차관우 변호사. 하지만 1%라도 맞는 쪽을 선택, 진실을 위해 싸우는 그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차변은 장혜성(이보영 분) 변호사, 초능력 소년 박수하(이종석 분), 살인자 민준국(정웅인 분)을 모두 성장시켰다.
윤상현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이하 너목들)에서 허당기가 있지만 자신의 신념이나 정의를 꼭 구현해 나가는 이상 높은 국선전담변호사 차관우로 분해 안방극장에 따뜻함을 전했다.
그러나 그런 그를 일부 시청자들은 ‘호구’, ‘병풍’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혜성의 어머니를 죽인 민준국을 변호해 무죄 판결을 이끌어냈고 결국 민준국에게 복수의 기회를 줘 본의 아니게 혜성과 수하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기 때문.

윤상현 또한 차변의 선택에 대해 아쉬워했지만 그 누구보다 차변을 이해했다. 차변은 변호사로서 사명감이 투철하고 자신의 신념과 원칙을 지키려고 했던 캐릭터였다. 그리고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 즉 우리를 위해 싸웠던 캐릭터였다. 그래서 윤상현은 “차변 같은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 다음은 윤상현과의 일문일답.
- 차변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이 있지 않나.
▲ 민준국, 장혜성, 서도연, 박수하 등 캐릭터들이 모두 개연성이 있었는데 내가 갑자기 툭 튀어 나온 캐릭터라 다른 캐릭터들과 개연성이 있지 않았다. 시놉시스가 정말 좋아서 출연하고 싶은데 박수하 역할은 고등학생 역할이라 못하고 차관우는 내 나이대하고 맞고 내가 잘 할 수 있었다. 선호하는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내 역할을 통해 다른 배우들이 빛날 수 있다면 희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어느 정도 희생을 해서 드라마가 발전이 된다면 연기자가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항상 좋은 걸 할 수는 없지 않냐.
- 차변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지만은 않았는데.
▲ 시청자들이 ‘호구다’, ‘병풍역할이 아니냐’고 반응하기도 했는데 어쩔 수 없었다. 나 나름대로 끝나고 나서 뿌듯했던 게 차관우를 통해 혜성이 성장하고 수하도 성장하고 민준국도 성장했다고 해서 후회는 없다.
드라마 찍으면서 댓글에 욕을 많이 본건 처음이었다. 어머니가 나한테 너 왜 민준국 변호했냐고 하더라. 이보영은 전작에서 좋은 이미지가 있어서 어머님이 좋은 이미지로 보는데 나는 왜 민준국을 변호해서 욕을 먹냐고 했다.

- 차변이 병풍, 호구라는 반응에 대해 항변한다면?
▲ 드라마가 진행되면서 혜성, 박수하, 민준국 캐릭터가 성장하는 걸 보여주기 위해 차관우 캐릭터를 집어넣은 것 같다. ‘호구’나 ‘병풍’이 아니라 저 캐릭터가 왜 저기 드라마에 들어가서 저런 역할을 하고 저렇게 나타났을까라는 이유는 다시보기를 하면 보일 거다.
- 시청자 반응 중 가장 좋았던 건?
▲ 네티즌들이 ‘너목들’에서 이종석하고 내가 붙는 신이 있으면 ‘시크릿 가든’ 하고 비슷한 장면을 비교해서 올려놓고 제스처나 말투를 다 비교분석 하면서 ‘아직도 윤상현은 오스카에서 못 벗어났네’라는 반응을 보였다. ‘시크릿 가든’에서 오스카 이미지가 강해서 그 이미지를 지우고 싶었는데 ‘너목들’ 끝나고 나서 나를 차변 이미지로 봐줘서 정말 좋았다.
- 차변에게서 배운 건?
▲ 차관우를 연기하면서 우리나라에는 차관우 같은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하게 변호사는 누굴 대신해서 말만 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변호사가 어떤 임무를 가지고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고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 건지 몰랐다.
변호사는 돈만 받고 나 대신 법정에서 법적으로 나를 이겨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변호사가 이런 사람이라는 걸 차관우를 통해서 많이 알았다. 차변은 고지식하지만 바른 면이 있는데 혜성이도 그걸 보면서 변해 갔다. 차관우는 1%라도 맞는 쪽을 선택 하는데 우린 그걸 모르고 살고 있지 않나.
- 촬영이 거의 생방송으로 진행됐는데 쪽대본은 없었나
▲ 박혜련 작가가 쪽대본을 주지 않았다. 항상 일주일 전에 대본을 줬다. 그리고 내가 변호사 역할이라 제대로 변론을 하려면 대사가 입에 딱 달라붙게 확실하게 외워야 했기 때문에 촬영 시작하기 전 작가한테 쪽대본 주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박혜련 작가가 지금까지 촬영 전날 대본을 준적도 없고 본인도 걱정이 많아서 미리미리 써놓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대본을 미리 썼다가 일주일 전에 대본을 줬다.
- 다음에는 어떤 역할에 도전해보고 싶은지?
▲ 출연한 드라마에서 부족했던 걸 다음 드라마에서 선보여야 한다. 코믹하거나 착한 이미지로 굳혀져 있는데 다음에는 웃음기도 없고 말도 툭툭 던지는 그런 나쁜남자 연기를 해보고 싶다. 악역도 한 번 꼭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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