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산다', 시청률로 설명 못할 '웃픈' 다큐의 맛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8.17 09: 48

‘웃프다’란 말은 ‘웃기다’와 ‘슬프다’가 합성된 인터넷 신조어다. 슬프지만 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나 혹은 그 반대의 경우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다. MBC 관찰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는 이 ‘웃프다’라는 말과 참 잘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다. TV 화면을 통해 자신의 치부와 초라한(?) 모습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혼자남’들의 모습이 웃음을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움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나 혼자 산다’는 김태원, 이성재, 김광규, 데프콘, 노홍철, 강타가 출연하며, 혼자 사는 남자들의 일상을 관찰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혼자남들은 기러기 아빠, 노총각 등 여러 가지 이유로 홀로 살아가는 자신의 일상을 카메라 앞에 숨김없이 드러낸다.
지난 16일 방송 역시 기러기 아빠와 노총각의 애환이 너무나도 잘 그려져 있어 우스우면서도 슬픔을 자아냈다. 미국에서 건너온 딸의 남자친구를 보고 질투심을 불태우며 딸의 남자친구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김태원과 노총각을 벗어나기 위해 소개팅에 나선 김광규의 모습은 우리 주변의 여느 아빠, 삼촌의 모습과 다를 바 없어 공감을 자아냈다.

사실 ‘나 혼자 산다’는 치열한 금요일 심야 시간대의 경쟁으로 인해 시청률 면에서는 크게 약진하고 있지는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대다수가 긍정적인 편이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나 시청자 게시판 등에는 ‘혼자남’들의 매력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음을 호소하는 댓글들이 주를 이룬다. 
관찰 카메라에서 비춰지는 ‘혼자남’들의 가장 큰 매력은 혼자 외롭게 살아 애처로움을 자아내지만 동시에 혼자서 살기에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잘 보존하고 살아가는 양면성에 있다. 가장 신참 회원인 강타만 해도 겉으로 볼 때는 아이돌 출신의 잘생긴 외모와 현재 국내 최대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이사직을 맡고 있는 잘 나가는 독신남이지만 정작 집안에서의 모습은 애완견의 먹이를 자신의 식사보다 더 좋은 것으로 주며 보살피는 '개바보'의 모습과 탈모 걱정으로 병원을 찾는 인간적인 모습으로 이 양면성을 제대로 드러냈다.
김태원의 경우에도 기러기 아빠로 혼자사는 모습이 안타까움을 자아내지만, 방에 커튼을 친 채 붉은 조명을 설치하고 번데기를 비롯한 건강 보조 식품에 목숨을 거는 모습이 특이해 웃음을 준다. 김광규 역시 조금 빈약한 앞머리와 이성 앞에서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안쓰러움을 주면서도 섹시하고 건강한 여성을 좋아하는 반전의 이상형으로 색다른 면모를 보여준 바 있다. 이성재도, 데프콘도, 노홍철도 앞서 설명한 회원들과 같이 이런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양면성은 시청자들로 하여금 웃음과 애환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웃픈' 다큐 '나 혼자 산다'가 선보이는 이 '웃픈' 매력의 끝은 어딜까. 아마 이 '혼자남'들은 계속해서 거르지 않고(?)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 앞에 드러낼 것이고, 거기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시청자들은 계속 존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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