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이번만은 다를까 간절히 기대해봤던 아스날 팬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겠다. 아르센 웽거 아스날 감독이 올 여름 이적시장의 실패를 순순히 인정했다.
영국 일간지 미러와 텔레그래프 등 복수 언론은 17일(이하 한국시간) 웽거 감독이 여름 이적시장 선수 영입에서 실패를 겪었음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단 2주만을 남겨놓은 여름 이적시장에서 아스날이 '빅 사이닝(스타 선수의 영입)'에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이적시장의 문이 열릴 때까지만 해도 아스날은 최소 3명 이상의 빅 사이닝을 단행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동안 스타 선수의 영입에 소극적이었던 아스날이 선수 한 명당 최소 2000만 파운드(약 347억 원) 이상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며 이적시장에서 달라진 행보를 보이겠다고 약속한 것. 유망주 위주의 영입과 세스크 파브레가스, 사미르 나스리, 로빈 반 페르시 등 스타 선수들의 잇단 이탈로 지쳐있던 아스날 팬들에게는 반갑기 그지없는 소식이었다.

이적시장이 열리면서 소문은 구체적이 되어갔다. 레알 마드리드의 곤살로 이과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 리버풀의 루이스 수아레스, 바이에른 뮌헨의 루이스 구스타보 등이 아스날의 물망에 올랐다. 적극적으로 영입전에 나서면서 끊임없이 언론에 아스날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스날은 이적시장 마감을 2주 남겨두고 아직 단 한 명의 선수도 영입하지 못했다.
아스날과 강력하게 연결된 이과인은 세리에A의 나폴리로 이적했고, 이적을 두고 진통을 겪었던 수아레스는 사실상 팀 잔류가 유력한 상황이다. 구스타보는 볼프스부르크를 선택했고 루니는 설령 이적하게 되더라도 아스날이 아닌 첼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웽거 감독이 사실상 빅 사이닝에 실패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웽거 감독은 텔레그래프와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은 내가 돈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선수들을 더 좋게 대우해주기 위해 평생 투쟁해왔다"며 "하지만 어떤 가격을 주더라도 선수를 (우리에게)팔려하지 않는 팀들도 있다. 예를 들어 수아레스처럼 말이다. 그들에게 급히 돈이 필요하거나 바이아웃이 있을 경우가 아니라면 돈을 주고도 선수를 사올 수 없는 경우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최고의 재능을 가진 선수들은 적고, 돈을 가진 클럽은 많다"며 클럽간 영입전에서 승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털어놓은 웽거 감독은 도르트문트의 예를 들어 "모두가 도르트문트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진출을 찬양하지만 그들도 비싼 영입을 하지 않고 올라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웽거 감독은 이적 시장에서 검증된 스타보다는 비교적 덜 알려진 유망주를 영입해 양성하는데 집중해왔다. 덕분에 우승에 연연하지 않는 팀이라는 비아냥도 들어야했다. 실제로 2003-2004시즌 무패우승 이후 아스날은 무관의 암흑기에 있다.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었고, 팬들의 반발도 대단했다.
이 때문에 웽거 감독과 아스날 보드진이 올곧은 기조였던 유소년 활용 정책에서 벗어나 드디어 빅 사이닝을 영입하려한다는 사실은 EPL 이적시장에서 '혹시나'하는 기대와 의혹의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결론은 역시나였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알 수 없다. 빅 사이닝을 시도해본 적이 없어서인지, 결정적인 순간 실패하고 마는 금전감각이나 영입수완이 문제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이적시장 마감 2주를 남겨둔 지금, 아스날의 유니폼을 새로 입은 선수는 없고 오히려 주전 미드필더 미켈 아르테타가 대퇴부 부상으로 개막전에 나설 수 없다는 현실이다. 남겨진 2주의 기간 동안 아스날이 과연 힘겨운 이적시장에서 전력보강에 성공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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