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애너하임도, 2007년 콜로라도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던 팀은 갑자기 엄청난 페이스를 올리며 지구 선두까지 확 치고 올라왔다. 류현진의 소속팀 LA 다저스는 21세기 초반 최고의 피버타임을 이어가고 있다.
다저스는 17일(이하 한국시간) 시티즌스 뱅크 파크서 벌어진 필라델피아와의 경기서 선발 그레인키의 7⅓이닝 무실점투와 핸리 라미레스의 선제 결승 투런 등을 앞세워 4-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다저스는 시즌 전적 71승50패(17일 현재)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최근 9연승으로 올 시즌 최다 연승 기록을 이어간 동시에 최근 49경기 전적 41승8패의 엄청난 페이스다.
메이저리그 역사 상 한 달이 훨씬 넘는 특정 기간 최고의 페이스를 보여준 팀은 바로 1906년의 시카고 컵스. 당시 컵스는 1906년 7월 26일부터 9월 16일까지 기록한 48경기 44승 4패를 기록한 뒤 이후 11승 4패를 더하며 63경기 동안 55승 8패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1942시즌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대단했다. 이들은 8월 11일부터 시즌 종료일이던 9월 27일까지 48경기에서 41승 7패를 기록했다. 올 시즌 다저스의 기록과 가장 근접한 팀이 바로 71년 전의 세인트루이스였다. 앞서 언급된 두 팀은 모두 20세기 팀이었던 반면 21세기로 눈을 돌리면 지금의 다저스를 떠올리게 하는 팀은 사실 없다.
2002년 ‘랠리 몽키’ 신드롬을 이끌며 월드시리즈 패권까지 차지했던 애너하임 에인절스(현 LA 에인절스)는 8월29일부터 9월8일까지 10연승을 달리는 등 막판 47경기 동안 32승15패 상승세를 달린 뒤 월드시리즈 우승 고지까지 밟았다. 대단한 상승세였으나 지금의 다저스만큼 많이 이기지는 못했다.
2007년 막판 돌풍을 넘어 태풍을 일으킨 콜로라도 로키스도 무시할 수 없다. 8월 하순까지만 하더라도 콜로라도가 포스트시즌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사실 거의 없었는데 9월시작부터 페넌트레이스 종료까지 콜로라도는 21승8패로 분위기를 타며 원게임 플레이오프 끝에 샌디에이고를 꺾고 포스트시즌에 진출,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13경기서는 12승1패로 엄청났다.
그런데 2013년 다저스는 11년 전 애너하임과 2007년 콜로라도를 모두 넘어서고 있다. 강렬한 임팩트의 기간 자체가 다르다. 그것도 아직 시즌 막바지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류현진-야시엘 푸이그의 신인왕 집안 싸움은 물론이고 부상으로 이탈했던 핸리 라미레스, 잭 그레인키 등 기대를 모았던 주력 선수들이 가세하며 제대로 된 힘을 내뿜고 있다. 21세기 최고의 피버타임을 보내고 있는 다저스의 열기는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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