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연투’ 연료 불태운 이동현의 투혼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3.08.17 21: 43

아무리 짧은 이닝을 던진다고 하더라도 불펜에서 몸을 푸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불펜 투수들의 피로도는 엄청나다. 요즘 같이 더운 날에서는 더 그렇다. 그런 고난 속에서 이동현(30, LG)의 헌신이 빛난 하루였다. 구위는 떨어졌을지 몰라도 ‘로켓’은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연료를 모두 태우며 분투했다.
LG는 17일 군산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4-3으로 이겼다. 이날 포항에서 넥센을 제압한 선두 삼성과 승차 없는 2위 자리를 유지했다. 여러 선수들이 수훈을 세웠지만 역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팀 승리의 징검다리를 놓은 이동현을 빼놓을 수 없었다. 성적은 2이닝 4피안타 3탈삼진에 승계주자 하나도 홈을 허용했지만 이동현을 나무랄 팬들은 아무도 없었다.
이날 LG 선발 류제국은 구위가 좋아 보였다. 타자 몸쪽과 바깥쪽을 오고 가는 직구의 제구가 뛰어났다. 5회까지 피안타는 단 2개였고 실점은 이범호에게 맞은 솔로홈런 한 방이 유일했다. 그러나 3-1로 앞선 6회 1사 후 이용규에게 사구, 안치홍에게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다. 그러자 LG는 승부수를 던졌다. 일찌감치 몸을 풀고 있었던 불펜의 조기 가동이었다.

그러나 이 승부수는 무산되는 듯 했다. 두 번째 투수 이상열은 대타 차일목에게 좌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다시 1사 1,2루. 그러자 LG는 세 번째 투수로 이동현을 올렸다. 이동현은 이번주 4경기 중 이미 3경기에 등판해 적잖은 피로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날로 3일 연투였고 전날(16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투구수가 적었지만(19개) 어쨌든 2이닝을 소화했었다. 하지만 이동현은 LG 불펜 투수 중 가장 믿을 만한 우완이었다. 다시 마운드에 서게 된 배경이다.
첫 타자 나지완에게 적시타를 허용할 때까지만 해도 3일 연투의 후유증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러나 이동현은 배짱 있게 타자들을 상대했다. 결국 5회 솔로홈런의 주인공인 이범호를 병살타로 요리하며 스스로 불을 껐다. 7회에도 위기가 있었지만 실점하지 않고 버텼다. 이동현은 2사 후 홍재호에게 2루타를 맞았고 이홍구의 타석 때 폭투로 주자가 3루까지 갔으나 이홍구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포효했다.
예상을 깨고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이동현은 첫 타자 이용규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삼진을 잡아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48경기에 나가 6승1세이브19홀드 평균자책점 2.44의 특급 성적으로 LG 불펜을 이끌고 있는 이동현의 강심장이 또 돋보인 순간이었다. 비록 이후 2안타를 허용하고 강판됐지만 기록 이상의 가치가 있는 투구였다. 3루에 자리 잡은 LG 원정팬들이 가장 목청 높여 연호한 이름도 이동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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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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