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준의 첫S, 그리고 육성의 선순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8.18 06: 25

야구는 여러 단체 스포츠 중 가장 연속성이 눈에 띄는 종목이다. 1주일 최대 6경기를 치를 정도로 경기수가 많기 때문에 팬들의 몰입도도 중요하다. 더불어 투수진에서 기대했던 누군가가 펑크를 내면 고스란히 다른 투수들에게 책임이 전가된다. 그 현상이 되풀이되면 결국 그 팀 성적이 탈이 나거나 다른 투수 누군가 탈이 난다.
그래서 투수가 크는 데는 코칭스태프의 용병술 뿐만 아니라 투수 본인의 사명감과 책임감, 투지가 중요시된다. 데뷔 첫 세이브를 올린 윤명준(24, 두산 베어스)을 향한 두산 코칭스태프의 믿음. 위기가 있었으나 선순환으로 이어지며 다른 유망주들에게 동기 부여가 될 만 했다.
두산은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페넌트레이스 SK전에서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친 선발 노경은의 활약에 힘입어 4-1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시즌 전적 54승2무40패(3위, 17일 현재)를 기록하며 최근 5연승으로 확실한 상승세를 탔다.

9회초 SK의 마지막 공격. 여기서 두산은 마무리 정재훈이 아닌 갓 셋업맨 완장을 찬 2년차 신예 윤명준을 마운드에 올렸다. 전반기 기대에 못 미쳤던 윤명준은 후반기 들어 쾌투를 펼치며 시나브로 1군에서의 기회를 얻더니 어느 순간 필승 카드가 되었다. 3점 차 1이닝 세이브 기회였으나 그래도 추격권에 있는 점수였고 신예에게는 부담이 될 법 했다.
출발은 불안했다. 박정권에게 좌중간 2루타, 김강민에게 볼넷을 내주며 무사 1,2루로 흔들린 윤명준. 그러나 윤명준은 이재원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일축한 뒤 대타 김상현을 3루 땅볼 처리하며 4-1 경기를 승리로 매조졌고 선수 본인은 데뷔 첫 세이브를 올렸다.
사실 이는 어떻게 보면 모험이었다. 전날(16일) KIA전서 두산은 마무리 정재훈에게 1⅓이닝을 맡겨 9-7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어깨 부상 전력이 있는 만큼 두산은 정재훈에게 가능한 연투를 삼가고 휴식을 제공해야 했다. 그래서 윤명준이 경기를 매조지러 나왔는데 첫 두 타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그러나 윤명준은 후속 두 타자를 범타처리하며 스스로 위기를 넘겼다. 오뉴월 침체기 때 두산은 젊은 투수를 기용했다가 그들이 버텨내지 못하는 바람에 연쇄 붕괴 현상으로 떨어졌던 바 있다. 그리고 김진욱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투수 운용에 대해 엄청난 비난 공세가 이어졌다. 투수 유망주들에게는 기회 축소라는 결과로 이어졌고 코칭스태프는 ‘왜 따라갈 수 있던 순간 신예를 기용해 경기를 일찍 포기했는가’라는 비난을 면치 못했다. 결과 뿐만 아니라 과정론에서도 나쁜 평을 받았던 순간이다.
이번에는 달랐다. 경기를 그르칠 뻔한 위기에서 윤명준은 주눅들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져 타자들을 범타처리했다. 전반기와는 다른 무브먼트를 앞세워 과감하게 던진 윤명준은 강심장으로 세이브를 따냈다. 그 공로가 선수에게 돌아간 것은 물론 두산은 정재훈에게 하루 쉴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만약 정재훈을 17일 경기에 출격시키고 18일 경기서 박빙 리드를 펼쳤다면 정재훈은 3일 연투를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윤명준이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부응한 덕택에 두산은 윤명준을 발견했고 정재훈도 아꼈다.
어느 팀이나 투수 유망주가 기회를 얻었을 때 씩씩하게 던지지 못하고 팀의 위기를 심화시킨다면 그 책임은 선수와 코칭스태프에게 모두 돌아간다. 또한 남은 투수들이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 매 시즌 하위팀이 주력 투수의 전열 이탈 후 대체자를 제대로 찾지 못하고 겪는 그 과정이다.
그러나 반대로 신예가 가능성을 비춰 팀 승리에 일조한다면 코칭스태프도 투수 운용에 심적 여유를 갖게 되고 동료 투수들도 좀 더 편하게 남은 시즌을 치를 수 있다. 후반기 10경기서 2승1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1.13으로 맹활약 중인 윤명준은 신예에 대한 기대감이 값진 결과가 되었을 때 팀에 얼마나 좋은 효과로 이어지는 지 제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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