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후 팀은 대구-문학-마산으로 이어지는 6연전을 치른다. 그런데 선두권 두 팀과 천적과의 대결인데다 이동거리도 대단한 지옥의 6연전.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에서 선발 투수의 눈부신 호투가 눈에 띄었다.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좌완 조조 레이예스(29)는 그 지옥의 6연전을 앞두고 5연승을 달리던 두산 베어스의 기세를 꺾고 경기를 지배했다.
SK 선발 레이예스는 6⅔이닝 동안 2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1개) 무실점 위력투로 시즌 7승(10패)째를 거뒀다. 5회 1사까지 퍼펙트 피칭을 펼쳤을 정도로 말 그대로 두산 타선의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시즌 초반 특급 투수로 불리던 그 때의 모습 그대로였고 팀은 9-0으로 대승을 거뒀다.
특히 이날 SK의 승리는 팀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했다. 전날(17일) 상대 선발 노경은의 호투에 묶이며 1-4로 역전패, 6연승마저 아쉽게 마무리했던 SK는 오는 20일부터 25일까지 대구 삼성-문학 LG-마산 NC로 이어지는 6연전을 치른다. 삼성과 LG는 현재 선두권을 지키는 강호들. SK는 삼성에 5승4패 근소한 우세를 보이고 있고 LG에는 2승7패로 절대 열세에 있다.

상대 전적은 차치하고 디펜딩 챔프 삼성은 추격을 당하는 입장인데 LG는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방심 없이 고삐를 당기고 있다. SK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대들이다. 두 개의 산을 넘으면 또다시 험준한 산이 가로막고 있는데 상대는 다름아닌 신생팀 NC다.
SK에게 막내는 아주 어려운 상대다. 창단 첫 위닝시리즈 희생양이 되었던 SK는 현재 상대 전적 3승9패로 열세에 있다. NC 입장에서도 다른 기존 팀들에 상대 전적 열세인 데 반해 기록이 증명하는 만큼 SK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길 수 있는 팀”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달려들 수 있다. 지옥의 6연전을 앞두고 기를 불어넣어야 했던 만큼. 그래서 SK는 18일 두산전을 반드시 승리해야 했다.
상대 선발 이재우가 2회부터 속절없이 무너진 덕분에 이긴 것도 있었으나 레이예스가 두산 타선에 얼음장 같은 공을 던진 것도 완벽하게 맞아 떨어졌다. 이날 레이예스는 최고 151km의 직구는 물론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커터-투심 등 여러 가지 공을 능수능란하게 던지며 기를 완전히 꺾었다. 타선 지원이 나왔더라도 레이예스가 압도적으로 호투하지 않았더라면 SK의 완승은 확실히 장담할 수 없었다.
경기 후 레이예스는 "오늘 전반적으로 모든 구종이 다 좋았다. 경기 초반 공격적인 피칭과 초구 스트라이크에 집중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타자들이 너무 잘 쳐줘 편하게 경기했다. 팀의 목표를 위해 오늘 같이 열심히 던지겠다"라고 밝혔다.
시즌 초반 보여줬던 ‘조승상’의 위력투는 계투 아르바이트 등으로 인해 점차 감소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레이예스는 한국 무대를 처음 밟았던 당시의 위력을 재현하며 팀에게 반드시 거둬들여야 할 경기의 승리를 선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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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