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킨스, “한국 타자, 컨택 능력 고르게 뛰어나”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3.08.19 06: 11

“솔직히 미국에서는 쉬어갈 수 있는 타순이라거나 그러한 타자 유형이 있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상위 타순 뿐 아니라 하위 타순의 타자들도 고르게 좋은 컨택 능력을 갖춘 것 같다. 물론 경기 시간이 긴 편이기는 하지만”.
분위기를 살핀 뒤 자신이 첫 승을 따낸 후 선수단에 치킨을 한 턱 쏠 정도로 좋은 친화력을 갖췄다. 자신이 생각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 속으로 분개하는 근성도 갖췄다. 아직도 적응 중이지만 충분히 성공할 만한 가능성도 가지고 있는 투수다. 두산 베어스 새 외국인 우완 데릭 핸킨스(30)는 재미있는 캐릭터의 선수였다.
허벅지 부상과 슬럼프로 기대에 못 미쳤던 좌완 개릿 올슨을 대신해 지난 7월 한국 땅을 밟은 핸킨스는 한국 땅을 밟은 후 4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5.57을 기록 중. 피안타율 3할4푼1리에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 1.81로 세부 스탯은 나쁜 편이지만 온 뒤 얼마 안 되어 한국 야구 스트라이크 존과 타자 성향을 배워가는 중이다. 가장 최근 등판인 15일 KIA전서 7이닝 5피안타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획득, 상승세를 타고 있다.

낯선 타지에서의 생활이 어색할 법도 하지만 그는 “내가 등판하지 않는 날 덕아웃에서 우리 경기를 보면 굉장히 좋은 야수진을 갖췄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에이스인 더스틴 니퍼트가 빠졌음에도 연승 바람을 타는 모습을 보며 내가 좋은 팀에 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또 이곳에 오겠다고 했던 선택에 스스로 자랑스러웠다”라고 밝혔다. 열망했던 한국행에 최대한 긍정적인 사고를 갖고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다음은 핸킨스와의 일문일답이다.
-한국 무대 첫 승을 축하한다. 자신감이 많이 붙었을 것 같은데.
▲ 한국에 온 뒤 우리 타자들이 투수들의 실점을 넘어서는 화력을 보여주며 이기는 경기를 자주 봤다. 수비력도 좋은 야수들과 함께 하는 만큼 앞으로 내가 최대한 이닝을 소화하고 가능한 최소 실점으로 던져야겠다는 사명감을 절실하게 느꼈다.
-위기를 넘긴 후 함께 호흡을 맞춘 포수 최재훈 등 좋은 수비로 도움을 준 야수들을 다독이는 장면도 보기 좋았다.
▲ 굳이 의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원래 미국에서부터 동료들과 그렇게 해왔다.
-혹시 니퍼트에게 조언을 들은 것인가. 니퍼트가 그 모습으로 한국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줬다. 팬들의 호감을 불러 일으키기 위한 벤치마킹 전략이 아닌지.
▲ 그런건 아니고. 그런데 솔직히 니퍼트는 그런 모습을 너무 과하게 의식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더라.(웃음)
-마이크 서브넥(전 KIA), 라이언 사도스키(전 롯데) 등으로부터 한국 무대가 어떤지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 들었다. 직접 뛰어보니 어떤가.
▲ 대체로 서브넥과 사도스키의 조언과 비슷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다는 것은 한국 타자들의 컨택 능력이 고르게 뛰어나다는 점이다. 사실 미국에서는 상위 타선에게 집중한 뒤 컨택 능력이 떨어지는 하위 타선 타자들을 상대로는 좀 여유를 갖고 던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하위 타자라고 방심해서는 안 되겠더라. 특히 볼카운트가 몰렸을 때 집요하게 파울커트라도 하려는 컨택 능력과 집중력이 인상적이었다. 상하위타선의 타자들이 고르게 컨택 능력을 갖췄고 빠른 발로 배터리를 흔드는 플레이도 많다. 미국보다 대체로 경기 시간은 길더라.(웃음)
-전임자 올슨이 아쉽게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고 떠났다. 혹시 올슨을 알고 있는지.
▲ 특별히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선수는 아니다. 마이너리그 때 ‘아, 그 친구가 잘 한다더라’라는 이야기 정도 듣기는 했고 맞대결을 펼친 적도 있었다. 다만 내가 오기 전 부상으로 인해 자신이 가진 기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고 떠났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솔직히 부담감도 만만치 않았다.
-현재 니퍼트가 등 근육통으로 전력에서 빠져있음에도 두산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선발진 한 자리를 지키는 선수로서 자긍심도 있을 것 같다.
▲ 첫 세 경기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 내 스스로 변명을 하자면 한국에서의 첫 경기를 뛰기 전 3주 정도 실전 공백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첫 승을 거둔 후 자신감도 있고 한결 편안해졌다. 스스로 열심히 야구에 임했다고 자부하고 또 야수들의 도움을 받는 등 운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팀의 최고 선발 투수가 결장 중임에도 팀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 이 팀의 일원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큰 도움이 된다.
-오자마자 1군 실전 경기에 나서고 있다. 다른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텐데 어떤가.
▲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존의 폭이 좀 좁다. 트리플A에서 뛸 때도 대체로 좌우 폭에 여유가 있었는데 한국 무대의 스트라이크 존은 양 옆이 다소 좁다고 생각한다. 심판 개개인의 차이가 있기도 하고. 어쨌든 나는 이곳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온 투수다. 그래서 스스로 이 스트라이크 존에 하루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farinelli@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