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패' 커쇼, 50년 전 '쿠팩스' 전설 재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8.19 06: 09

메이저리그 명포수로 숱한 명언을 제조했던 요기 베라는 뉴욕 양키스 소속이던 1963년 LA 다저스와의 월드시리즈를 앞두고 이런 말을 했다. "저런 애송이한테 25승이나 내줬다고?" 하지만 월드시리즈 전적 0-4로 우승을 내준 뒤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25승을 했는지 아주 잘 알았다. 근데 어떻게 5패를 당한거냐?" 그러자 다저스 선수였던 모리 윌슨은 "우리 타자들이 경기를 망쳤다"고 답했다는 이야기다.
이 일화의 주인공은 역대 최고의 좌완투수로 꼽히는 샌디 쿠팩스(78)다. 쿠팩스는 1963년 25승 5패 평균자책점 1.88을 기록하며 사이영 상과 리그 MVP를 독식하는 기염을 토한다. 팔꿈치 부상으로 30살이었던 1966년 은퇴하지만 쿠팩스는 6년 동안의 전성기에 보여준 압도적인 모습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데 성공한다.
쿠팩스가 전설을 만들어냈던 1963년 이후 50년이 지난 올 시즌, 다저스에는 그의 후예가 있다. 리그를 주름잡고 있는 좌완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5)가 그 주인공이다. 이미 2011년 사이영 상을 수상했던 커쇼는 올 시즌 12승 7패 190⅓이닝 평균자책점 1.80으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현재 리그 평균자책점, 이닝, 탈삼진(182개), WHIP(0.85) 모두 1위를 질주 중이다.

소속팀 다저스가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면서 커쇼의 활약도 함께 빛나고 있다. 지금 당장 시즌이 끝난다면 올해 사이영 상 수상자는 커쇼가 유력한 상황. 투수에게 필요한 모든 성적에서 최상위권을 기록 중인 커쇼지만 하나 부족한 것이 있다면 승운, 특히 커쇼는 7패나 기록하고 있다. 50년 전 베라의 말을 빌리자면 '대체 어떻게 7패나 당한거냐'라는 질문이 나올 법하다.
커쇼가 당한 대부분의 패배는 다저스가 6월 후반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전에 당한 것이다. 다저스의 최근 50경기에서 커쇼는 10번 선발로 나와 7승 2패로 활약에 대한 적절한 보상을 받았지만, 그 전에는 메이저리그 전체 득점지원 최하위를 기록하기도 하는 등 불운한 투수였다. 당시에도 1점대 후반에서 2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을 유지했지만 커쇼는 5승 5패까지 기록할 정도로 동료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었다.
줄곧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커쇼는 만약 이대로 시즌을 마친다면 현역투수 가운데 유일하게 1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가 된다. 21세기 들어 시즌을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마친 투수는 단 2명뿐. 2000년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18승 6패 평균자책점 1.74를 기록했고 2005년 로저 클레멘스가 13승 8패 평균자책점 1.87로 시즌을 마쳤다. 클레멘스 이후 7년 동안 나오지 않은 귀한 기록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친 선수는 모두 234명이다. 사실 대부분은 '라이브볼 시대' 이전에 달성된 기록들이다. 공의 반발력이 강해진 1921년 이후로 1점대 평균자책점을 달성한 선수는 불과 41명에 지나지 않는다. 기간을 최근 20년으로 좁히면 단 4명만이 달성했던 희귀한 기록. 그렉 매덕스가 1994년(1.56)과 1995년(1.63) 두 번 달성했고, 케빈 브라운이 1996년(1.89), 페드로 마르티네스가 1997년(1.90)과 2000년(1.74), 로저 클레멘스가 2005년(1.87) 해냈다.
쿠팩스는 1963년과 1965년 두 번 팀을 월드시리즈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그의 월드시리즈 통산 성적은 8경기 4승 3패 평균자책점 0.95, 4번의 승리는 모두 완투승, 2번은 완봉승이었다. 반면 아직 커쇼는 월드시리즈 등판 기록이 없다. 다저스의 마지막 우승은 25년 전인 1988년, 커쇼가 만약 올해 팀을 정상으로 이끈다면 50년 전 쿠팩스의 전설을 재현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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