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 방망이 '살아있네'…김성배 '큰 소리'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8.19 06: 05

6월 14일 롯데와 한화의 경기가 펼쳐진 사직구장. 당시 지명타자로 나섰던 김대우가 교체되고 그 자리에 들어갔던 황재균이 수비로 나서면서 투수가 타석에 서야 할 상황이 만들어졌다. 8회 2사 2루에서 황재균이 출루에 성공했다면 당시 투수였던 김성배가 타격을 할 예정이었다.
지명타자 제도를 택하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는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건 쉽게 보기 힘들다. 마지막 투수 안타는 올해 한화 윤근영이  SK 임경완을 상대로 기록한 것. 긴장된 표정으로 타격 준비를 하던 김성배를 두고 재미있다는 듯 송승준과 정민태 투수코치가 옆에 붙었다.
송승준은 정확하게 타격 자세까지 시범을 보이면서 "이렇게 쳐라"고 진지하게 조언했고, 정민태 투수코치는 "나 같으면 그냥 안타 치고 들어오겠다"면서 즐겁다는 듯 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권영호 수석코치가 나서 "그냥 아웃되고 들어와라"고 정리를 했지만, 결국 김성배의 '타자 데뷔'는 이뤄지지 않았다. 송승준만 좋은 구경거리를 놓쳐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실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송승준이 실제로 타석에 들어서는 일이 벌어졌다. 18일 롯데는 NC와 사직구장에서 경기를 가졌다. 최종 스코어는 6-6 무승부, 롯데는 정규이닝 동안 야수를 다 써버리는 바람에 연장에는 투수가 타석에 서게 됐다. 10회말 2사 1,3루에서는 강영식이, 12회말 1사 2루에서는 송승준이 배터박스 안에 들어갔지만 모두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물러났다.
강영식은 이글거리는 눈빛만 보여준 채 방망이에 공을 맞히지 못했지만, 송승준은 달랐다. 다부진 체격부터 거포의 향기를 풍기던 송승준은 NC 우완 김진성의 직구에 타이밍을 맞춰가며 정확하게 스윙을 했다. 투수가 타석에 서면 일반적으로 컨택 위주의 스윙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지만, 송승준은 작심한 듯 풀스윙을 했다.
두 번의 파울 커트에 NC 김진성도 송승준을 만만히 볼 수 없다는 듯 변화구를 섞기 시작했다. 결국 송승준은 김진성의 체인지업에 속아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뒤이어 등장한 황재균까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결국 경기는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끝났다.
사실 송승준의 타석은 원래 김성배의 자리였다. 김시진 감독은 1사 2루 득점권에서 그나마 송승준의 방망이가 낫다고 판단, 대타로 투입한 것이었다. 어쩌면 두 달전 송승준이 더그아웃에서 열정을 다해 김성배에게 타격지도를 했던 걸 기억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결과는 삼진이었지만, 김시진 감독은 송승준에 대해 "투혼을 보여줬다"고 호평했다.
당시 롯데 투수 가운데 프로에 와서 타격경험이 있는 선수는 단 3명, 외국인투수 두 명은 모두 메이저리그 시절 타격기록이 있다. 쉐인 유먼은 메이저리그 19타수 4안타 타율 2할1푼1리, 옥스프링은 메이저리그에서는 2타수 무안타를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옥스프링은 이날 선발투수였기에 출전이 불가능하다. 결국 남은 건 유먼과 송승준 뿐이었다. 송승준은 마이너리그 통산 43타수 10안타 타율 2할3푼3리를 기록해 유먼보다는 조금 더 나았다.
송승준이 삼진을 당하고 더그아웃에 돌아오자 모든 롯데 선수들은 큰 환호로 그를 반겼다. 타석에서 보여준 위압감은 평범한 투수의 것이 아니었다. 특히 김성배는 폭소하며 송승준을 맞이했는데 2개월 전 자신에게 왜 큰 소리를 쳤는지 이제야 납득했다는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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