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뒷심야구였다.
KIA는 지난 18일 군산구장에서 열린 LG전에서 모처럼 뒷심 강한 야구를 했다. 선발 임준섭의 호투로 1-1 살얼음 승부를 이어갔다. 그러나 구원투수 박지훈이 6회 1이닝동안 2안타 2볼넷을 내주고 3실점, 승기를 건네주는 듯 했다.
6회 한 점을 뽑았지만 LG의 강한 불펜을 감안하면 승리가 어려워보였다. 그러나 8회말 공격에서 타자일순하며 신종길의 2타점 동점 2루타, 안치홍의 역전타, 차일목의 쐐기 2타점 2루타가 차례로 나와 7-4 역전에 성공했다. 5연패 탈출에 대한 강한 의욕이 경기력으로 나타났다.

역전에 성공하자 편안한 9회가 이어졌다. 소방수 윤석민이 9회 세 타자들 3루수 뜬공-삼진-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연패에서 탈출했다. 4~5점차로 앞서고도 조마조마하게 9회를 지켜봤던 전반기의 야구는 아니었다. 이제는 역전을 하거나 리드를 지키면 그대로 승리할 수 있다는 뒷문의 힘을 확인한 경기이기도 했다.
KIA는 전신 해태시절 임창용 이후 좀처럼 제대로 된 소방수를 만나지 못했다. 1999년 임창용이 삼성으로 이적한 이후 줄곧 한국시리즈를 밟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2009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이유도 유동훈이 그나마 0.53의 방어율과 6승22세이브10홀드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더욱이 선동렬 감독이 부임 2년 연속 4강권이 힘들어지는 이유도 바로 소방수에 있었다. 작년 18개의 블론세이브는 4강 탈락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올해도 10개의 블론세이브는 한때 선두였던 KIA를 부진으로 몰아넣은 결정타였다. 작년부터 한기주, 유동훈, 박지훈, 앤서니, 송은범 등이 소방수로 나섰지만 실패했다.
공교롭게도 소방수 문제는 윤석민의 어깨에서 해결되고 있다. 그는 선발과 중간, 마무리까지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다. 구위 뿐만 아니라 윤석민이라는 이름값도 톡톡히 작용하는 있는 듯 하다. 때문에 윤석민의 소방수행이 좀 더 일찍 이루어졌다면 KIA는 어떤 성적표를 남겼을지 궁금한 대목이기도 하다.
윤석민이 소방수 전환을 선언하고 첫 등판한 8월 4일 KIA는 39승40패2무, 순위는 6위였다. 이후 13경기에서 3세이브를 수확했다. 이 기간중 팀은 4승9패에 그쳤고 7위까지 떨어졌다. 선발진이 무너졌고 타선도 침묵에 빠져 좀처럼 리드를 잡지 못했다. 윤석민으로서는 세이브를 하고 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KIA로서는 명불허전 윤석민의 소방솜씨가 더욱 아쉬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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