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의정석(feat.스윙스)] 플로우, 어려워? 우선 따라해!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3.08.19 16: 20

'아버지가 방에 들어가신다'는 읽기의 중요함을 알려주는 좋은 예다. 잘못 읽으면 존경하는 우리 아버지가 가방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으로 돌변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플로우의 역할이 이렇다. 박자를 밀고 당기고, 강세를 둬야하는 발음과 액센트를 찾아 리드미컬함을 불어넣는 게 플로우다. 정말 좋은 가사의 랩도 플로우가 엉망이면 시시하고 재미없는 랩으로 다운 그레이드된다.
어떤 사람들은 플로우는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라고 한다. 태생적으로 랩을 잘하게 타고난 사람들은 이 플로우를 자유자재로 갖고 놀 줄 아는 기질을 가졌다고 말한다. 스윙스의 생각은 다르다. 뇌가 새로운 것을 완전히 받아들이기까지 1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1만 시간까지는 아니더라도 8000시간을 연습해본다면 어떨까. 타고났다? 유리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일 수 없다, 절대./ 편집자 주.

임영진(이하 임); 다들 플로우, 플로우 하는데 대체 뭔가요.
스윙스(이하 스); 사전적인 의미로는 '흐름'이고요.(웃음) 한 마디로 랩을 할 때 흐름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라임은 있는데 플로우가 없다? 그럼 랩이 아닌 거죠.
임; 랩 한 번 하기 되게 까다롭네요.(웃음) 힙합의 정신을 받아들인 후에 라임을 넣은 가사를 준비하고 플로우가 있는 랩핑을 해야하는 거군요.
스; 네. 그렇다고 또 단순히 즐긴다는 의미가 아니라 플로우는 '감정의 전달', '가사 전달', '리듬감' 등을 말해요.
임; 감정의 전달이라고 하면 가사나 리듬에 몰입해야 한다. 이런 건가요.
스; 그렇다고 매우 극적인 감정을 욕심내라는 게 아니라고요. 자기가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찾아야 해요. 나는 여기까지 있는데 저 멀리 있는 감정을 끌어오려고 하면 전달이 안 되잖아요.
임; 가사가 전달이 잘 돼야 플로우가 좋은 것이라는 말은 의외네요.
스; 어떤 랩을 눈을 감고 들었을 때 가사가 전달이 돼야 한다는 말이에요. 어른들이 뭐라고는 하는데 한 마디도 못 알아듣겠다고 하시잖아요.(웃음) 극단적이지만 그러면 안된다고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상대방도 알아야 해요. 그래서 발음도 엄청 중요하고요. 발음을 뭉개면서 어물쩡 넘어가는 건 정말 아니에요. 되지 않는 발음은 직접 찾아서 많이 많이 연습해야 해요.
임; 저는 플로우 하면 리듬감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스; 네. 랩은 노래보다 리듬감이 섬세해요. 비트를 쪼개는 부분이 많으니까요. 예를 들어, '학교 종이 땡땡떙'은 정박으로 나가는데 노래를 할 때는 박자를 지켜야 하지만 랩을 할 때는 여기에서 센스를 찾아야 해요. 그 비트를 어떻게 쪼개서 리드미컬하게 만들지는 랩퍼에게 달린 일이에요.
임; 이렇게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게 진짜 어려운 일인 거 같아요. 그렇다면 타고나야 한다는 말로도 연결이 되는데요.
스; 솔직히, 무언가를 잘할 때 선천적 요소가 생각보다 많이 차지하지 않는 것 같아요. 뇌가 어떤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최소 1만 시간이 필요하다고 들었어요. 대학생들이 전공 과목을 공부하는 시간은 보통 3000시간 정도래요. 프로로 일하는 사람들은 연습시간이 8000시간 정도 되고요. 저는 한 6000시간 정도 되는 거 같아요. 매일매일 랩을 중얼 거리고 가사를 쓰고 연습을 하지만 아직 1만 시간은 아니에요. 그만큼 타고난 것보다는 연습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임;  연습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딱 이렇다라고 정해진 게 없다면서요. 어떻게 연습을 해요.
스; 제 말은 얼마나 많이 듣고, 얼마나 많이 모방했냐는 거예요. 따라하는 게 짱이에요. 좋은 랩이 있다? 따라하면서 모방을 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그러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점점 넓어지는 거예요. 이 랩퍼는 이래서 별로고, 저 랩퍼는 저래서 별로다고 생각할 수는 있어요. 그렇다고 방에 갇혀서 한 명이 하는 랩만 듣고, 그 사람이 하는 랩만 따라하면 매우 제한적이 될 거예요. 이 범위를 1000명으로 넓힌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랩도 1000개로 늘겠죠. 그래서 많이 듣는 게 중요해요.
임; 스윙스는 하루에 얼마나 연습을 하죠.
스; 공연을 할 때처럼 오전에 몇 시간 랩만 하고 이런 건 아니에요. 늘 레이더를 켜놓고 있죠. 저는 계속 아이디어를 훔치려고 해요. 일어나서 영화보고, 음악듣고, 책보고, 미드보고 계속 봐요. 이런 아이디어는 작사할 때나 공연할 때 정말 도움이 많이 돼요.
임; 특히 신경을 쓰는 부분이 있다면요.
스; 지루하지 않고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감정이든 라임이든 특히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말씀인데요. 힙합은 멋이 중요하잖아요. 이 멋은 현실적이어야 해요. 이게 어렵죠.(웃음) 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힙합 한다고 하면 막 오그라들고 그러는 게 평소하고 다른 모습이 나와서 그런 거거든요. 목소리가 변한다든가 발음이 변한다든가. 돌변을 하면 자연스럽지 않고 보는 사람만 민망해져요. 멋이 아닌 거죠.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자신감이랄까요. 자연스럽지 않으면 맞아야 해요. 하하.
임; 지금까지 말한 플로우를 느낄 수 있는 노래를 추천해 주신다면요.
스; 음, 많이 들어봐야 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냥 이것저것 듣고 좋다 나쁘다를 직접 느껴야 해요. 쉬운 예로, 제 친구이기도 한데요. 이센스의 노래를 한 번 들어보시면 어떨까 싶네요. 워낙 느낌 있는 친구라서 좋으실 겁니다.(웃음)
*오늘의 선곡; 프라이머리의 ‘독(Feat. E-Sens)’
프라이머리가 2011년부터 시작한 ‘프라이머리 앤 더 메신저스(Primary and the essengers)’ 시리즈를 마무리하며 지난해 발매한 동명의 정규 앨범. 가리온, 자이언티, 빈지노, 범키, 다이나믹듀오, 리듬파워, 얀키, 정기고 등 국내 유명 힙합 뮤지션이 총출동해 완성됐다.
이 앨범 수록곡인 ‘독’은 대중적이면서도 이센스의 플로우가 적절히 표현됐다는 평을 듣고 있다. 스윙스는 동갑내기 친구이기도 한 이센스의 플로우를 상당히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이센스의 멋”을 긍정적으로 봤으며 그가 부른 노래를 따라한다면 “수준급의 플로우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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