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고비는 잘 넘겼다. 오히려 상승세의 발판으로 삼았다. 이런 SK에 두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이 고비만 넘기면 7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의 가능성도 살릴 수 있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라면 시즌 막판까지 힘겨운 레이스가 불가피하다.
전반기까지 7위에 처져 있었던 SK는 첫 고비로 여겨졌던 일정을 잘 넘기며 상승세를 탔다. 바로 지난 7일부터 이어진 8연전에서 6승1패1무를 기록한 것이다. SK는 8·9일 목동에서 당시 4위였던 넥센과 경기를 치러 1승1무를 기록했다. 10·11일에는 문학에서 5위 롯데에 2연승을 거뒀고 13·14일에는 문학에서 열린 KIA와의 2경기를 모두 잡고 드디어 7위에서 벗어났다.
이틀을 쉰 SK는 17·18일 잠실에서 열린 3위 두산과의 2연전에서 1승1패를 기록했다. 17일 경기에서는 무기력하게 패했지만 18일 타선이 재점화되며 승리를 거뒀다. 6연승이 끊긴 것은 아쉽지만 두산도 SK 못지않은 상승세를 타고 있었음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였다. 그 와중에 SK의 성적도 44승46패2무(승률 .489)까지 올라왔다. 멀게만 느껴졌던 5할이 눈앞에 왔고 4위 넥센과의 승차도 4.5경기까지 좁혔다.

첫 번째 고비를 잘 넘긴 셈이 됐다. 만약 이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면 SK의 시즌은 조기에 끝날 수도 있었다. 팀 안팎의 잡음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6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의 자부심이 있는 SK 선수들은 놀라운 집중력으로 이 고비를 넘기는 저력을 과시했다. 투·타가 동반으로 살아났고 “할 수 있다”라는 의지도 강해졌다. 선수들은 “올 시즌 들어 지금이 가장 좋은 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SK에게 두 번째 고비는 이번주 6연전이다. 대진과 일정 모두가 만만치 않다. 우선 1·2위 팀들과 4연전을 벌인다. 20·21일에는 대구로 내려가 삼성과 경기를 갖는다. 22·23일에는 다시 인천으로 올라와 현재 2위 LG와 맞붙는다. 24·25일에는 다시 창원으로 내려가 NC와 2연전을 벌인다. 이동거리 자체가 길다. 한국시리즈 직행을 위해 갈 길이 바쁜 삼성, 그리고 올 시즌 유난히 LG와 NC에 약한 면모를 보였던 SK임을 생각하면 험난한 일정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이 고비를 또 넘길 수 있다면 4강 싸움에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다. SK는 올 시즌 삼성에 5승4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5일을 쉰 크리스 세든이 당초 예상됐던 김광현과의 순서를 바꿔 20일 기선제압에 나선다. 그 다음으로는 역시 휴식을 취한 김광현, 2군에서 리허설을 마치고 복귀를 앞두고 있는 백인식, 그리고 윤희상, 조조 레이예스가 차례로 나설 수 있다. 선발 투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LG, NC를 바라보는 선수들의 의욕도 남다르다. 올 시즌 SK는 LG에 2승7패, 막내 NC에 3승9패로 절대 열세였다. “이대로 질 수는 없다”라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특히 지난달 31일부터 8월 2일까지 자신들에게 ‘싹쓸이’의 치욕을 준 NC에는 반드시 빚을 갚겠다는 각오다. 만약 SK가 이 6연전에서 4승을 신고, 시즌 승률을 5할로 맞춰놓을 수 있다면 올 시즌 4강 판도는 더 혼탁해질 수 있다. SK는 고비를 넘기며 강해진다. 힘들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