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선천적인 재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후천적인 노력은 한계가 있기 마련. 그래서 천부적인 소질을 가진 선수의 이름 앞에 '야구 천재'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강기웅 삼성 라이온즈 퓨처스 타격 코치는 현역 시절 '야구 천재'라는 찬사를 받았다. 1988년 한국화장품 시절 세계 최초 5연타석 홈런을 터트린 강 코치는 '오른손 장효조'라고 불릴 만큼 빼어난 타격 능력을 선보였다. 1989년 프로 무대에 데뷔한 강 코치는 개인 통산 세 차례(1989, 1990, 1993년) 골든 글러브를 품에 안으며 역대 최고의 2루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리고 강 코치는 류중일 삼성 감독과 함께 환상의 키스톤 콤비를 이뤘다. '역대 최고의 키스톤 콤비'라는 찬사는 아직도 변함없다.
강 코치가 꼽은 야구 천재는 누구일까. 강 코치는 주저없이 "박석민(삼성 내야수)"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천재라는 표현은 함부로 쓰는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박석민의 선천적인 야구 재능이 대단하다는 의미다. "박석민은 정말 타고난 선수다. 엉덩이가 완전히 빠진 상태에서도 특유의 배트 컨트롤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건 정말 타고났다.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다".

2011년 영남대 타격 인스트럭터로 활동했던 강 코치는 박석민과 관련된 일화를 공개했다. "당시 삼성 2군과 연습 경기를 하는데 그때 박석민이 (2군에) 내려와 있었다. 몸이 전혀 안 돼 있어 엉망이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방망이 치는 걸 보니 정말 터무니 없었다. 며칠 뒤 1군에 가서 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엉덩이가 완전히 빠지면서 안타를 생산하는 모습을 보고 감탄했다. 불과 2,3일 만에 그렇게 바뀐다는 게 정말 대단한 일이다. 속된 말로 동호회 야구 선수가 1군 특급 타자로 탈바꿈한 격이었다".
류 감독 또한 이들의 선천적인 야구 재능을 인정했다. 류 감독은 "강 코치가 현역 시절에 오랫동안 병원 신세를 진 적이 있다. 다시 돌아와 연습 한 번 하지 않고 경기에 뛰면서 자기 혼자 다 했다. 박석민도 그런 케이스"라고 말했다. 요즘 야구팬들 사이에서 '야잘잘'이라는 말이 유행한다. 야구는 잘 하는 선수가 잘 한다는 뜻이다. 강 코치와 박석민 역시 마찬가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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