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빠’ 방송시간이 언제라고요?”
지난 18일, 일요일 오후 7시. MBC 일산드림센터 2층 공개홀은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에 빠지다’(이하 ‘코빠’)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시청자들로 가득했다. 단란한 연인부터 훈훈한 가족 단위 나들이까지 주말 마무리를 ‘코빠’와 함께 하는 이들은 상당했다.
결혼을 100일 앞둔 연인이 즉석에서 프러포즈를 할 수 있는 시간도 있고, 백화점 상품권을 획득하기 위해 몸개그도 마다하지 않는 관객의 막춤을 보고 있다 보면 어느새 본 녹화가 시작된다.

녹화 시간은 2시간여. 일단 MBC 18기 공채 개그맨 이지성의 가공할 만한 입담은 현장 분위기를 후끈 달궜다. 관객에게 적절히 농담도 던지고 우스꽝스러운 행동과 표정으로 ‘코빠’ 녹화장을 그 어떤 예능프로그램보다 웃음이 터지게 만들었다. ‘코빠’를 현장에서 본 관객이라면 이지성이라는 개그맨에 대한 호감도가 확 높아진 채 귀가할 정도.
이지성의 바람잡이로 일단 웃을 준비를 마친 관객은 ‘코빠’ 제작진과 개그맨들이 1주일 동안 피땀 흘려 만든 코너를 마주하게 된다. 황제성의 더럽고 섹시한 ‘19금’ 개그가 특징인 ‘19일의 금요일’, 손헌수의 숨 넘어갈 듯한 할아버지 연기가 일품인 ‘초고령화 시대’, ‘무한도전’을 통해 엉뚱하면서도 귀여운 면모로 사랑받은 맹승지가 개념 없는 톱스타로 변신한 ‘맹스타’까지. 어디 하나 버릴 것 없는 센 캐릭터로 무장한 코너들은 관객을 뒤로 넘어가게 만들었다.
동물 캐릭터를 활용해 편안한 웃음을 선사하는 ‘호랑이 가족’과 막장 방송의 진수를 꼬집은 ‘방송의 신’, 아이돌 멤버의 30년 후 충격적인 변화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경악스러운 재미를 안기는 ‘스타 쇼 그때 그 사람’, 이색적인 캐릭터가 쏟아지는 ‘무심한 사람들’ 등도 버릴 수 없는 즐거움을 안긴다. 1년여간 개그맨을 영입하고 신설 코너로 실험을 거듭하면서 프로그램 토대 다지기에 나섰던 ‘코빠’는 일단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안길 수 있는 캐릭터와 구성으로 무장한 상태다.
방송에서 봐도 신나게 웃을 수 있는 ‘코빠’. 일주일의 시작을 앞두고 일산까지 먼 길을 찾아오면 MBC 개그맨들의 열정과 노력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 해 10월 12일 첫 방송을 했다. 월요일 자정이라는 늦은 시각 방송시간에도 묵묵히 안방극장 공략을 위해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MBC는 2009년 ‘개그야’ 폐지 이후 3년간 공채 개그맨을 선발하지 않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내놓지 않았다.
이후 지난 해 3년 만에 신인 공채 개그맨을 선발하고,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코빠’라는 멍석을 만난 개그맨들은 MBC 코미디의 부활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1년여의 시간이 흐른 현재, ‘코빠’는 개그맨들의 열정과 제작진의 기발한 구성에 힘입어 조용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이미 온라인에는 ‘코빠’에 대한 호평 글이 쏟아지고 있고 벌써 수십번째 ‘코빠’ 현장을 찾는 고정 팬도 생겼다.
‘코빠’는 지난 1년여간 심야시간대의 악조건을 묵묵히 견뎠다. 3년간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없는 까닭에 MBC를 떠났던 개그맨들을 불러 모으고, 공개코미디의 자존심인 KBS 2TV ‘개그콘서트’와 비교되면서도 내공을 쌓았다. 덕분에 이제는 MBC의 크나큰 공개홀이 제법 찰 정도로 관객이 찾아온다. 억지로 웃음을 유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을 정도의 작품성을 일궈내는 데 성공한 셈이다.
jmpyo@osen.co.kr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