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의 미, 드라마엔 있고 예능엔 없는 말?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3.08.20 17: 13

7년 동안 전국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가 오는 22일 배우 김자옥 편을 마지막으로 종영한다. 한 때 새로운 형식의 토크쇼의 포문을 열었다는 극찬 속에 10% 후반,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내기도 했었던 이 프로그램은 비슷한 형식의 토크쇼들이 경쟁자들로 등장하며 신선함을 잃었고 결국 저조한 시청률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폐지가 결정됐다.
보통 인기를 누렸던 드라마들은 끝까지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대미를 장식한다. 지난 1일 종영한 SBS 수목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극본 박혜련 연출 조수원)만 해도 23%의 높은 시청률(닐슨코리아 집계, 2013.8.2.)로 유종의 미를 거두었고, 이후 출연자들은 해외로 포상 휴가를 떠났으며 배우 이보영은 종영 직후 결혼 사실을 발표해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의미 있는 마지막을 맞이했다.
이런 면에서 ‘무릎팍도사’의 쓸쓸한 마지막은 아쉬움을 남긴다. 드라마의 경우 보통 미니시리즈는 16회에서 24회, 주말연속극은 50회, 일일연속극은 120회 등 각각의 분량을 마치고 나면 종영한다. 정해진 분량을 끝나고 나면 인기가 있든 없든, 설사 연장이 된다 하더라도 2회~6회 분량 정도가 더 방송되고 난 후에 예정대로 끝이 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정해진 기한이 없다. 때문에 아무리 인기가 있다 하더라도 제작진의 입장에서는 이를 유지하기 위해 피를 말리며 노력해야 하고, 인기가 떨어지면 아무리 역사가 오래 된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결국에는 초라하게 폐지 당하는 결과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MBC 예능국의 한 관계자는 “예능의 마지막은 항상 씁쓸할 수밖에 없다. 인기를 얻기 위해 고생은 고생대로 해놓고, 인기가 없어지면 아무리 인기가 있었던 프로그램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끝이 날 수밖에 없다. 지켜보는 입장으로서 참 안타깝다”라고 토로한 바 있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아끼던 프로그램이 점점 더 재미를 잃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일이다. 혹 그렇게 되지는 않을까, 우려를 가장 많이 받는 프로그램의 예로 같은 방송국의 '무한도전', '황금어장-라디오스타'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두 프로그램은 오랜 시간 동안 진화를 거듭하며 여전히 화제의 중심에서 전성기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러나 방송이 끝난 후에 시청자들은 온라인 게시판 등에 간혹 "오늘은 아쉽다", "예전만 못하다" 등의 의견을 개진하며 프로그램의 수명이 다하지는 않을지 걱정을 드러낼 때가 있다.
이러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시청자들도 역시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애쓰는 예능 제작진의 고충을 짐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능 프로그램은 언제나 방송 내내 피로함에 시달리다 씁쓸한 종영을 맞이해야 할까?
최근 들어 인기가 늘어나고 있는 케이블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들 중 일부는 미국식의 시즌제를 활용하고 있다. 미리 한 시즌을 다 찍어놓고, 중간에 한 텀을 가진 후 반응을 봐서 다음 시즌을 제작하는 식이다. 엠넷 '슈퍼스타K'나 tvN '꽃보다할배' 등이 그 예다. 제작진의 입장에서도 시간을 두고 제작할 수 있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도 이미 만들어 놓은 콘텐츠를 편안하게 볼 수 있다. 물론 국내 지상파 방송국의 시스템 상 이렇게 유연한 편성 방식을 금방 차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먼 미래를 바라본다면 충분히 고려해 볼 수 있는 사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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