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당의 귀재, 이유 없이 자꾸만 부르게 되는 이름, 포털 사이트에 이름을 치면 시진핑에 밀려 두 번째로 뜨는 이름, 바로 가수 시진입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시진은 래퍼입니다. 비록, 트위터 상담가로 더 유명하긴 하지만요. 지난 2004년에 데뷔했고요, 가수 소야와 소야앤썬이라는 혼성그룹을 결성해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시진이 앤썬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다 다시 시진으로 이름을 바꿨지만 아무도 모르는 건 비밀입니다. 또 현재 소속사인 브랜뉴뮤직의 1호 가수이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그렇습니다. 이렇다 할 히트곡은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대신 그에게는 SNS가 있습니다. 소속사 가수들의 음원차트를 올킬할 때 그는 유머사이트를 올킬하며 트위터계 신성으로 떠올랐습니다.

# 미니홈피를 거쳐 트위터로, 활자연예인
활자 연예인 시진의 역사는 미니홈피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일촌공개와 전체공개가 방문자 수를 가름하던 그 때, 시진은 방명록 댓글을 통해 필담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시절이 흘러 미니홈피에서 트위터로 세대 교체가 되자, 시진도 자연스럽게 트위터 상담가로 성질을 달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성적이 낮아서 고민이십니까, 휴가철을 맞아 해운대에 가고 싶으시다고요. 시진과 상의하세요. 촌철살인의 명쾌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낮은 성적 때문에 고민인 분에게는 교복 주머니에 담배갑과 성적표를 함께 넣어 놓을 것을 제안해봅니다. 성적표 보다 담배가 어머니의 시선을 붙들 겁니다.

SNS만 보면 시진이라는 사람이 재치 넘치는 웃음제조기일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온라인 게임을 할 때 폭력적인 언행을 반복하는 사람일수록 실제로는 내성적인 것처럼요. 물론 입담이 좋긴 한데 활자 수준은 아닙니다. 꼼꼼하고 여리고 감성적이고 세심하다고나 할까요. 그의 세심한 기질은 직접 쓴 가사에서 듬뿍 묻어납니다. 시진의 대표적인 곡으로는 가장 최근에 신화의 ‘사랑 노래’가 있습니다. ‘사랑 노래야. 마음을 담아 네게 네게 네게 부르는’ 대충 이런 가사입니다. 이 밖에 레인보우 ‘투미’, 나비 ‘아이러브유’, 살찐고양이 ‘꿈만 같아요’ 등의 가사도 썼습니다.
# 소지섭에서 레인보우까지, 실력파 랩퍼
소울다이브가 소지섭의 랩 스승이라고 한 차례 화제가 됐는데요. 그렇게 치면 시진도 소지섭과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 2011년 발매된 소지섭의 ‘픽 업 라인(Pick Up Line)’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이력이 있습니다. 배우 소지섭을 랩퍼로 발전시킨 프로듀서였던 셈이죠.
시진은 왜 앨범을 안 낼까요? 같은 소속사 산이는 2주 연속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고, 범키는 9년만에 발표한 솔로곡으로 음원강자 타이틀을 거머쥐었는데 말입니다. 브랜뉴뮤직은 요즘 대박 가수들로 넘쳐나고 있죠. 엠넷 ‘쇼미더머니2’에 출연하면서 남성미 철철 흐르는 카리스마로 완소남이 된 스윙스도 특별한 방송 활동없이 음원차트 10위권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스에스 역시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차트에 모습을 보이고 있고요.
여기서 한 가지, 시진도 이들과 함께 신곡을 발표했습니다. 장마 시즌에 맞춰 정기고가 피처링으로 참여한 ‘흐리고 비’를 공개하고 대박을 꿈꿨으나 안타깝게도 햇빛은 쨍쨍, 타이밍의 문제로 ‘흐리고 비’는 비가 오는 날 한번씩 들여다 보는 아픈 손가락이 됐습니다.
그래서 그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은 SNS가 유일합니다. 가끔 밑도 끝도 없이 남친짤을 공개해서 반감을 자아내곤 하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닮은꼴 연예인으로 보이그룹 빅스의 멤버가 꼽힐 정도니까 나쁜 편은 아닙니다. 외모 때문일까요. 시진은 여자 앞에서 ‘나쁜 남자’입니다. 이별의 이유는 주로 자신을 ‘너무’ 사랑하는 연인에게 미안해서라고 하더군요. 세심하지만 활자로 전달되는 시크함이 시진이라는 사람의 매력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 개그감에 묻힌 인간미, 나쁜남자 박시진
브랜뉴1호 가수인 시진은 또 알고보면 의리가 넘치는 남자 중에 남자 입니다. 힘들었던 시절, 브랜뉴뮤직 대표인 라이머와 함께 지방 공연도 마다 않고 다녔다고 합니다. 출연료 한 푼 없이 말이죠.
그렇다고 라이머 대표한테 매우 고분고분한 성격은 아닙니다. 말을 잘 듣는 편은 아니라고 합니다. 고집도 센 편이고요. 라이머 대표가 직접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트위터 개그맨이라고들 말하지만 사실은 랩을 잘하는 친구이고 능력있는 유명한 작사가인데 사람들이 많이 알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도 덧붙였습니다.
‘단전부터 차 오르는 덕후의 기질을 이 기사에 모두 녹여내리라’는 전제를 가지고 시진을 대해 토해내봤습니다. 트위터에서 시진을 보거나 시진의 음악을 들으시거든 이 글을 한 번 떠올려 주시고, 또 응원의 메시지도 아끼지 말아 주세요.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요.
plokm02@osen.co.kr
브랜뉴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