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방망이가 좋을 거라는 생각에 대타로 낸거지 뭘."
롯데 자이언츠 우완투수 송승준(33)의 '대타 사건'은 이틀이 지난 20일 대전구장에서도 여전히 화제였다.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만난 롯데 김시진 감독은 대타 송승준의 출전 배경에 대해 "가장 방망이가 좋을 거라는 생각에 대타로 냈다"면서 "사실 나갈 수 있는 선수는 별로 없었다. 옥스프링은 교체돼 나갔고, 유먼은 그날 (연습)투구를 했다. 결국은 송승준 아니면 김성배였다"고 설명했다.
송승준은 지난 18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NC 다이노스전 연장 12회말 1사 2루에서 대타로 나섰다. 롯데는 앞서 대주자와 대수비로 모든 야수를 소진했고, 지명타자도 빠지면서 투수가 타석에 서는 진풍경을 보여줬다. 10회말 2사 1,3루에서는 강영식이 삼진으로 찬스를 날렸었다.

강영식은 이글거리는 눈빛만 보여준 채 방망이에 공을 맞히지 못했지만, 송승준은 달랐다. 다부진 체격부터 거포의 향기를 풍기던 송승준은 NC 우완 김진성의 직구에 타이밍을 맞춰가며 정확하게 스윙을 했다. 투수가 타석에 서면 일반적으로 컨택 위주의 스윙을 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지만, 송승준은 작심한 듯 풀스윙을 했다.
두 번의 파울 커트에 NC 김진성도 송승준을 만만히 볼 수 없다는 듯 변화구를 섞기 시작했다. 결국 송승준은 김진성의 체인지업에 속아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뒤이어 등장한 황재균까지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결국 경기는 승부를 가리지 못한 채 끝났다.
박흥식 타격코치 역시 송승준의 타격솜씨에 놀랐다. 박 코치는 농담 삼아 "내년에는 몸 만들어서 4번 타자로 나가도 되겠더라"면서 "타격 소질이 있다. 스윙이나 타이밍 잡는 게 괜찮아 보였다"고 칭찬했다.
대타로 들어가기 전에 어떤 조언을 해줬냐는 질문에 박 코치는 "그 짧은 시간동안 무엇을 바꿀 수 있겠냐"면서도 "저쪽 투수(김진성)가 직구만 던질 테니까 '공 탁 던지면 방망이 휙 하고 휘둘러라'는 말만 해 줬다. 그래도 직구 타이밍에 늦더라"고 아쉬워했다.
사실 투수가 두 번이나 타석에 서는 건 팀 전력상 결코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래도 그날 두 명의 투수가 타석에 선 덕분에 롯데 더그아웃은 무승부에도 불구하고 한껏 웃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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