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경기들을 보는 데 타이밍으로 흐트러뜨렸을 뿐 구위는 그리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지 않더라”.
기본적인 힘이 떨어진다면 이를 제구력으로 상쇄해야 한다. 공마저 제대로 제어가 안 된다면. 결국 운이 따르지 않는 한 패할 수 밖에 없다. 승자는 이 두 가지가 모두 갖춰졌고 패자는 둘 중 하나도 충족하지 못했다. 20일 잠실 NC-두산전에 각각 선발로 나선 찰리 쉬렉(28)과 데릭 핸킨스(30). 이들은 투심 패스트볼을 가장 주된 패턴으로 삼은 공통점을 지녔으나 내용은 천양지차였다.
찰리는 20일 잠실 두산전 선발로 나서 6⅓이닝 동안 6피안타(탈삼진 1개, 사사구 3개) 2실점으로 호투, 시즌 9승(4패)째를 따냈다. 대항마로 나선 핸킨스는 4회 타자일순 5실점하는 등 집중타를 내주며 5이닝 동안 10피안타(1피홈런, 탈삼진 1개, 사사구 2개) 6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었다.

승패가 엇갈렸고 투구 내용도 확연히 달랐으나 둘의 공통점은 있었다. 바로 투심 패스트볼의 비중이 모든 구종 중 가장 높았다는 점. 두산 전력분석팀에서 제공한 투구 분석에서 찰리는 99개의 공 중 29개의 투심 패스트볼을 구사했는데 포심(25개)보다 그 횟수가 조금 더 많았다. 최고 149km로 기본적인 스피드가 굉장히 빨랐다.
핸킨스도 투심을 가장 많이 구사했다. 투구수 78개 중 24개(포심-18개)를 구사했으며 최고 142km에 달했다. 문제는 구종 자체의 구위 차이다. 육안으로 봐도 핸킨스의 공은 찰리보다 몇 수 아래로 보였다. 빠르기는 물론 움직임이 몰려드는 감이 컸다. 4회 연속 안타에 이은 조영훈의 스리런까지 핸킨스의 공은 NC 타자들이 치기 좋은 위치로 몰려들었다.
경기 전 김경문 NC 감독은 처음 상대하는 핸킨스의 비디오 분석과 관련해 “KIA전(15일 7이닝 무실점 승) 경기를 보는 데 구위가 뛰어나다기보다 타이밍이 생소해 KIA 타자들이 고전한 것으로 보였다”라며 “구위가 그리 위력적이지 않았다”라고 단언했다. 충분히 공략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간접적 표현이었다.
반면 찰리는 반 시즌 이상을 치르면서 리그 검증도를 확실히 높은 투수. 올 시즌 22경기 9승4패 평균자책점 2.51로 평균자책점 1위에 벌써 150⅔이닝이나 소화하며 신생팀의 에이스가 되었다. 최고 152km에 달하는 빠른 직구는 물론이고 좋은 움직임의 투심과 체인지업으로 이미 명품 외국인 투수가 되었다. 기본적인 구위의 차이가 투구 내용의 명암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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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