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스웨그(SWAG)'를 알린 일등공신은 MBC '무한도전'의 박명수다. '무한도전' 가요제에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과 함께 출연한 그는 입술이 마르도록 '수액 수액'을 외치며 시청자들에게 '수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게 울부짖었던 '수액'은 '스웨그'였고 스웨그는 전국민이 공유하는 정서가 됐다.
스웨그는 한 마디로 정의를 내리기 힘든 추상적인 개념이다. 일종의 '오라(AURA)'인 스웨그는 '자타공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복잡함을 가졌다. 오라가 타인의 동의에 의해 성립되는 에너지라면 스웨그는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우리 모두 알아줘야만 한다. 나만 아는 스웨그는 겉멋이고, 너만 아는 스웨그는 한낱 매력에 불과하다.
스윙스가 인정하는 스웨거는 우리나라에 흔치 않다. 시야를 넓혀 해외를 보면 몇 명 눈에 들어온다. '엄청나게 엄청나게' 돈이 많은 제이지, 그냥 상남자 포스 50센트가 그렇다. 자기 자랑을 할 때, 딴지를 걸 수 없는 완벽한 조건들이 이들에게 강한 '스웨그'를 선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윙스는? 각자 판단에 달렸다. /편집자 주

임영진(이하 임); 그냥 발음하면 안될 것 같아요. 스웨~그. 스웨그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스윙스(이하 스); 건방짐이 어우러진 자신감 정도?
임; 음, 얼핏 들으면 되게 비호감인데요.(웃음)
스; 스웨그는 몸집이 작은 애가 큰 옷을 입고 건들거리면서 걷고, 그렇게 자신감 넘치는 '척'한다고 해서 나오는 게 아니에요. 자기 입으로, 직접 스웨그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부끄러운 거죠.
임; 상당히 추상적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네요.
스; 어떻게 보면 중립적인 단어예요. 뭘 깎아 내리고 뭘 치켜세우는 그런 개념이 아니죠. 그런데 힙합 하는 사람들 중에는 명품만 사 입으면 스웨그가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런게 절대 아닌데 말이죠.
임; 저에게 랩퍼들의 이미지는 일부러 절룩거리며 걷고, 제스처를 화려하게 쓰고, 블링블링한 골드톤 액세서리를 두른 그런 이미지예요.
스; 그 '블링블링'이라는 단어도 '스웨그'하고 비슷한 느낌이었어요. 처음에는요. 힙합의 분위기를 표현하는 단어였는데 '너무' 유행이 된 거예요. 그래서 제이지가 '이제 동네 할머니들까지도 블링블링이라고 한다'면서 그 말을 버리자고까지 했죠.
임; 지금 스웨그도 '너무' 유행이 됐잖아요.
스; 맞아요. 힙합은요, 뻔해지면 안돼요. 지금은 스웨그라는 의류브랜드까지 나왔을 정도예요. 금지어가 돼야 하는 상황인 거죠.(웃음)
임; 어찌됐든 대중음악인데 널리 알려지면 좋은 거 아닌가요.
스; 기본적으로 좋은 건데, 스웨그는 느껴지는 거거든요. 누가 누구한테 '넌 있고 넌 없어' 이런 식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런데 너도 나도 스웨그 스웨그 하니까 가치가 깎이게 되는 거죠.
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만들어질 수도 있는 기운이네요.
스; 아니, 그런데요. 사람들이 대번에 느낄 정도인데 스스로 모를 리가 없어요.(웃음) 또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기본이 돼야 그런 에너지도 나오는 거고요. 나부터 자각하는 거죠.
임; 이해할 수 있게 대표적인 인물을 뽑아주세요.
스; 우선, 우리나라에서 힙합을 이해하는 사람이 다섯명이 될까말까 일거예요. 거기에 스웨그까지 갖춘 사람은 더 드물죠.
음, 같은 회사에 버벌진트가 있어요. 그 형님은 뭔지 아는데 하지 않아요. 스스로 개념을 이해하고 있지만 성격적으로 안되는 사람이에요. 반대로 뭔지 알잖아요. 그래서 뭣도 모르고 흉내내는 사람을 역겨워 해요.
임; 그럼 우리나라 말고 해외로 나가볼까요.
스; 피프티센트라고 있어요. 제가 본 사람 중에 세상에서 제일 건방져요. 그런데 가짜가 아니에요. 멋이 있죠. 한 마디로 상남자라고 할까요.(웃음)
제이지는 매우 성숙했어요. 절대 정도를 안 벗어나죠. 삶도 행동도 잘해요. 돈도 무지무지 많이 벌어서 '오바마가 나한테 도와 달라고 하면 문자로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는 가사를 써요. '나는 지난해에 옷을 받아서 입고 있는데 이 옷이 출시는 내년에 된다더라'는 것도 있죠. 장난 아니죠.(웃음)
임; 필히 돈이 많아야겠네요.
스; 그건 물질이 제일 설명하기가 쉬우니까 그 쪽으로 가는 거예요. 내가 이런 내적 자아를 가졌다고 표현한다고 해도 한번에 '빡' 와닿지 않거든요. 돈이 제일 수치화, 객관화 하기 쉽죠. 포인트는, 그걸 자랑했을 때 밉지 않아야 해요.
임; 힙합의 정서를 기반으로 한, 인격의 문제일 수도 있겠네요.
스; 권투하고 글 쓰는 건 벌거벗고 자기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해요. 래퍼들은 가사라는 글을 쓰고 대중을 설득해야 한다는 의무를 갖죠. 기본은 자신감이에요. 내가 나한테 자신이 없는데 누가 내 얘기를 들어주겠어요. 그리고 힙합을 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을 불만, 화가 있어야 해요. 여기에 언행일치가 되면 금상첨화죠.(웃음)
임; 그럼 스윙스는 어떤가요?
스; 저요? 전 보시다시피? 하하.
* 오늘의 선곡; 50센트'인 더 클럽(in da club)'
지난 2003년 발매된 50센트의 메이저 데뷔 앨범인 '겟 리치 오어 다이 트라잉(Get Rich or Die Trying)'에 수록된 곡. 50센트를 대표하는 노래로, 미국 음악사이트 빌보드가 집계하는 메인차트 핫100에서 9주동안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스윙스가 스웨그와 관련해 가장 여러 차례 이름을 언급했던 인물이 바로 제이지와 50센트. 제이지는 앞서 '송 크라이'로 소개됐던 만큼, 이번에는 새로운 곡인 '인 더 클럽'을 추천한다. 중독성 있는 50센트의 랩핑이 일품인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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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뉴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