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준우, '사도스키 리포트'에 발끈한 까닭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8.21 10: 40

"사도(스키) 안 되겠네. 작년에 내가 보살 2위였는데."
지난해까지 롯데에서 활약했던 외국인투수 라이언 사도스키의 한국 전력분석 자료가 화제다. 사도스키는 올해 초 3회 WBC를 앞두고 네덜란드 대표팀 헨슬리 뮬렌 감독으로부터 한국 전력분석 자료를 부탁받았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해던 사도스키는 이를 받아들여 7장 분량의 대표팀 선수 분석자료를 제공했다.
네덜란드는 사도스키가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전을 준비를 한 반면 한국 대표팀은 상대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1라운드에서 만난 두 팀의 경기는 한국의 0-5 충격적인 패배, 이후 한국은 2승을 거뒀지만 네덜란드전 영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1라운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사도스키의 스카우트 자료가 네덜란드의 한국전 승리에 밑거름이 됐음은 물론이다.

최근 사도스키가 작성한 한국 선수들에 대한 스카우팅 리포트 전문이 공개됐다. SBS는 뉴욕주 쿠퍼스타운에 위치한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에서 이 자료를 발견, 전문을 받아낸 뒤 보도했다. 이 자료에서 사도스키는 대표팀 선수들에 대한 자세한 전력분석 자료와 대표팀 예상타순과 수비 시프트까지 자세하게 적어놨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옛 롯데 동료들에 대한 평가다. 사도스키는 전준우에 대해 "주력이 좋고 중견수 수비도 준수하다. 좋은 우완투수를 만나면 고전한다. 좌투수를 우투수보다 훨씬 잘 공략한다"면서 "어깨는 평균이고 송구가 정확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또한 손아섭은 "주루에 능하고 타석에서 엄청나게 공격적이며 때로는 무모하다. 배드볼 히터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필요가 없다"고 말했고 강민호는 "타격 실력은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헛스윙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제리 로이스터의 영향을 받았다"며 "블로킹은 평균 수준이고 어깨가 강하며 주자가 뛸 것 같으면 피치아웃을 요구한다"고 썼다.
전준우는 사도스키가 스카우팅 리포트를 작성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자신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는 모르고 있었다. 20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전준우에게 이 내용을 전해주자 다소 섭섭하다는 듯 "사도(스키) 안 되겠네. 작년에 내가 보살 2위였다"고 항변했다. 실제로 작년 전준우는 외야 보살 12개로 리그 2위를 기록했다.
계속 "허, 참"이라고 혀를 차던 전준우는 사도스키가 옆에 있다면 송구가 부정확하다는 평가에 당장 반론을 펼칠 기세였다. 그렇지만 사도스키는 이역만리에 있고 이제는 직접 연락을 취할 방법이 없다. 전준우는 "사도스키가 최근 다시 수술을 받고 재활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노래 불러서 트위터에 올리기도 하더라"며 "요즘도 사도스키가 트위터를 하지만 내가 작년 이후로 안 한다. 뭐라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웃었다.
사도스키는 최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산하 마이너리그 팀 선수들에 대한 전력분석을 구단으로부터 요청받고 수행했는데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후문이다. 한국에 있을 때부터 사도스키는 상대 타자들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두뇌피칭을 했었다. 어쩌면 사도스키를 스카우트, 혹은 전력분석원으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