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66분 동안 몇 번의 반전을 거듭한 후에도 이 드라마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 종잡을 수가 없다. 결국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 드라마의 대장정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극본 박경수, 연출 조남국)을 보는 가장 큰 묘미는 반전에 있다. 한 회에도 몇 번씩 반전에 또 반전이다. 장태주(고수 분)와 최서윤(이요원 분)이 승기를 잡는 듯 하더니 바로 최민재(손현주 분)가 반격에 나서고, 성진그룹 식구들도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이어간다. 특히 방송 후반 10분을 주목해야 한다. 진정한 주인공은 늘 마지막에 나타나듯 끝나기 직전에야 그 회의 진정한 승리자가 누군지 알 수 있다.
'황금의 제국'의 거듭되는 반전을 읽기 위해서는 한시도 쉴 틈이 없다. 어떤 대사와 행동을 통해 반전이 예고됐을지 모른다. 4명의 인물들이 기싸움을 하며 내뱉는 대사 한마디 한마디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반전의 열쇠가 숨어 있다.

지난 20일 오후 방송된 '황금의 제국' 16회에서는 또 다른 반전이 일어났다. 주인공은 최민재였다. 한정희(김미숙 분)의 배신으로 위기에 몰렸던 최민재가 결국 모든 것을 걸고 승부수를 띄우며 최서윤과 장태주를 제치고 제왕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최서윤이 성진그룹을 지키기 위해 장태주에게 청혼하고, 장태주가 살인사건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손동휘(정욱 분)와 손을 잡았을 때처럼 최민재의 반전도 마지막에 이뤄졌다.
전 남편에 대한 복수로 성진그룹 최동성(박근형 분)을 원망하며 27년 동안 칼날을 갈아온 한정희는 드디어 복수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됐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성진그룹을 지키려는 최서윤은 동생 최성재(이현진 분)를 이용해 한정희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최성재가 자신을 위해 성진학원의 돈으로 주식을 산 것을 이용해 그가 검찰조사를 받게 만든 것. 결국 한정희는 내쳤던 최민재의 손을 잡게 됐고, 최민재는 한정희에게 공동의결권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장태주와 최서윤의 계획대로였다. 일단 한정희와 최민재가 한배를 타게 된 후 한정희가 다시 최민재의 비리를 폭로하며 그를 버릴 것을 예감했기 때문. 그들은 최민재가 이런 상황을 알게 만들어 한정희를 돕지 못하게 하려고 했다.
그러나 최민재는 장태주의 생각처럼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한정희의 속내를 알게 된 최민재는 마지막으로 그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 최민재는 주주총회 전날 성진그룹 가족회의에 참여해 한정희에게 그가 가진 지분 모두를 줄 것을 약속했다. 애초부터 최동성 회장을 미워했던 최민재는 그와 같은 마음을 품고 있는 한정희에게 성진그룹을 내주고, 회사가 산산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겠다는 말로 최서윤을 자극했다. 최서윤과 장태주는 최민재가 그들의 예상과 달리 행동하자 깜짝 놀랐고, 결국 최서윤은 최민재에게 회장 자리를 주는 대신 한정희를 성진그룹에서 내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최민재는 한정희를 계속 성진그룹 가족들 곁에 두겠다고 말하며 최서윤을 압박했다. 결국 이날 최후의 승자는 마침내 성진그룹 회장 자리에 앉게 된 최민재였다.
최민재가 한정희와 최서윤, 그리고 장태주의 뒤통수를 치고 제왕의 자리에 가장 먼저 오를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박경수 작가는 예상치 못했던 승부수로 다시 한 번 시청자들의 뒤통수를 쳤다. 이것이 바로 방송 내내 긴장감을 유지시키며 작품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드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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