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18년 동안 풀지 못했던 과제를 해결하며 가을 야구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LG는 지난 20일 목동 넥센전에서 5-3으로 승리하며 이날 SK에 패한 삼성을 한 경기 차로 제치고 후반기 첫 선두에 올랐다. LG가 후반기에 선두를 차지한 것은 1997년 7월 16일 이후 16년 만이다. 8월 이후 선두는 1995년 9월 19일 이후 무려 18년 만의 기록이다.
LG가 시즌 전반기에 선두에 오른 적은 몇 차례 있다. 그러나 여름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순위가 떨어지고 가을 야구에서도 멀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각팀 당 경기가 30경기 정도밖에 남지 않은 8월의 시점에서 LG가 18년 만에 선두에 올랐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LG를 괴롭혀온 것은 초반 활약을 이어가야 한다는 조바심이었다. LG는 시즌 첫 50경기까지 잘나가다가도 다른 팀과 여론을 의식하면서 조급한 마음을 경기에서 내보이곤 했다. 2011년 8월 '청문회'가 열렸을 당시에도 선수들은 괴로운 마음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그러나 올해 LG는 다르다. 올해 5월까지 LG는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처음부터 부담 없이 시즌을 시작한 LG는 마치 '매미가 울면 성적이 오른다'는 삼성처럼 날씨가 더워지면서 두터운 투타 전력을 뽐내며 차근차근 승수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덕아웃의 화이팅 넘치는 분위기는 덤이었다.
20일 선두에 오른 뒤 만난 LG 선수들도 흥분에 싸여있기 보다는 담담했다. 봉중근은 "군산 경기 때만 해도 계속 삼성 스코어를 확인하곤 했는데 (이)병규 형과 이야기하면서 우리 경기 세 시간만 딱 집중해서 즐기자. 다른 팀 신경쓰지 말자고 말했고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전했다"고 말했다.
달라진 LG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말이었다.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자신을 먼저 내려놓을 줄 아는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과 포스트시즌 10년 실패의 흑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 베테랑들의 노력이 이제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
LG는 18일 군산 KIA전에서 4-2로 앞서다 4-7로 패했다. 믿었던 불펜이 8회에만 5점을 내줬다. 예전 같았다면 불신과 좌절감이 컸을 일이지만 김 감독과 차명석 투수코치는 "그런 일도 있더라"며 웃어넘겼다. 진짜 야구를 즐길 줄 알게 된 이들에게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앞으로의 LG가 더 무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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