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박자 빠른 선발투수 교체. 올해 한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김응룡 감독은 선발투수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면 가차없이 교체한다. 과거 해태-삼성 시절에는 선발승 요건이 눈앞이라도 투수를 바꾸며 '피도, 눈물도 없는 승부의 야구'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승을 많이 했으니 그때는 전혀 문제없었다.
한화에서도 김응룡 감독의 스타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0일 대전 롯데전만 봐도 알 수 있다. 선발 대나 이브랜드는 5⅔이닝 6피안타 3볼넷 1사구 3탈삼진 1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0-1로 뒤진 6회초 2사 1·2루 위기에서 마운드를 넘겼다. 이브랜드의 투구수는 88개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브랜드는 강판이 쉽게 이해되지 않은 듯 정민철 투수코치의 교체 지시에 한동안 뒷걸음질쳤고, 결국 마운드를 내려오면서도 모자를 벗고 불만스런 제스처를 취했다. 구원투수 김광수가 볼넷 하나를 주며 만루 위기를 맞았으나 실점없이 막았다. 그러나 한화는 박정진-김혁민 등 불펜 필승조들을 동원하고도 이날 경기에서 0-4 패배를 당했다.

한화는 지난 14일 청주 NC전에서도 선발 조지훈을 1이닝만에 강판시켰다. 당시 그의 기록은 1이닝 2피안타 2탈삼진 2실점으로 투구수는 34개에 불과했다. 김응룡 감독은 "계속 놔두면 더 맞을 것 같아서 교체했다"고 했다. 올해 김 감독이 선발투수를 한 박자 빠르게 교체하는 이유의 대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한 박자 빠른 선발 교체를 알아볼 수 있는 기록으로 '퀵후크'가 있다. 3실점 이하 선발투수를 6회를 마치기 전 내리는 것으로 한화는 올해 33경기에서 퀵후크했다. LG(36경기) 다음으로 많은 기록. 하지만 6회를 제외한 5회 이전 퀵후크로 제한하면 한화가 18경기로 LG(11경기)보다 훨씬 많다. 김응룡 감독 스타일대로 1회(1경기)·2회(7경기)·3회(5경기) 교체가 많았다.
그러나 결과가 너무 좋지 못했다. 한화는 올해 퀵후크한 33경기에서 11승21패1무로 승률이 3할4푼4리밖에 되지 않는다. 한화의 시즌 승률(0.292)보다 높지만 나머지 8개팀 퀵후크시 승률이 5할5푼7리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화의 승률은 매우 낮다. 선발투수가 3실점 이하로 막고 있다는 건 승리 확률이 높고, 불펜을 일찍 가동해서 지키는 경기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는 퀵후크 이후 마운드 운용이 여의치 않았다. 시즌 초반에는 필승조는 커녕 추격조도 마땅치 않았다. 선발투수를 일찍 내린다고 해서 경기가 바뀌지 않았다. 박정진-김광수-송창식으로 필승조가 만들어진 후반기에도 이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점점 위험수위 이르고 있다. 선발투수를 일직 내릴수록 한화 스스로가 더 큰 부담을 짊어지는 모양새다.
김응룡 감독은 "선발투수가 안 좋으면 1회부터라도 바꿔야 한다. 컨디션 안 좋을 때 계속 놔두다 더 맞으면 선수 기가 죽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야구인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당장 한화가 순위 싸움을 하는 것도 아닌데 마치 포스트시즌 같은 경기 운용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퀵후크에도 저조한 승률은 한화의 한 박자 빠른 선발 교체가 옳은지 의문스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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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