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양의 야구 365] 잘나가는 LG, 또 다른 트라우마도 지웠다
OSEN 박선양 기자
발행 2013.08.21 08: 10

전반기 끝날 무렵이었습니다. 취재차 대구구장을 찾아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을 잠깐 만났습니다. 류 감독과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LG에 관련한 얘기가 나오자 입맛을 다셨습니다.
류 감독은 “LG는 우리한테 고마워해야 한다. 우리 애들이 다 잘해주고 있다”라며 조금 씁쓸해 했습니다. 삼성 출신들이 LG에서 주전으로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LG 상승세의 주역이 된 것에 한편으로는 흐뭇하면서도 은근한 경계심을 보인 것입니다.
4강을 넘어 이제는 삼성과 치열한 선두경쟁까지 펼치는 LG 트윈스의 올 시즌 기세가 정말 대단합니다. 승부처마다 ‘영웅’ 선수들이 탄생하는 등 요즘은 ‘되는 집안’이 LG입니다. 지난 11년간 발목을 잡았던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 악령은 더 이상을 보이지 않을 뿐만아니라 한국시리즈 우승까지도 바라볼만한 전력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LG가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요인들 중에서 앞선 소개한 류중일 삼성 감독 말처럼 트레이드 내지는 FA 선수로 새로 들어온 선수들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FA와 트레이드에서 참사를 겪었던 LG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LG는 FA 농사와 트레이드에서 막심한 손해를 본 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대표적인 일명 ‘FA 먹튀’ 선수였던 내야수 홍현우, 투수 박명환 등은 LG의 ‘FA사’의 오점이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지난 겨울 삼성에서 FA 시장에 나온 특급 우완 불펜요원 정현욱은 올 시즌 LG 불펜 필승조로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 지난 겨울 심혈을 기울여 다시 잡은 FA들인 정성훈(내야수)과 이진영(외야수)도 꾸준한 활약을 펼치며 공수에서 핵심 노릇을 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작년 12월 전격적으로 트레이드해 영입한 전천후 내야수 손주인과 포수 현재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삼성에서 내야 백업으로 활약하던 손주인은 LG로 와서는 주전 2루수로 수비 뿐만아니라 하위타선의 핵으로 안정된 플레이를 펼치고 있습니다. 현재윤은 부상으로 지금은 빠져 있지만 시즌 초반 부실했던 LG 안방의 주인으로 상승세에 기여했습니다.
그동안 LG가 트레이드에서 손해만 본 것을 되돌아보면 올해는 대반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93년 12월 해태에서 베테랑 한 대화를 트레이드해와 1994년 우승하며 성공을 거둔 이후 LG는 번번이 트레이드에서 재미를 보지 했습니다. 참패였습니다.
톱타자 기대주였던 이용규를 KIA로 보낸 것을 비롯해 2009년 KIA 우승의 주역으로 MVP까지 거머쥐었던 김상현(현 SK), 그리고 넥센으로 이적해서 잠재력이 폭발한 홈런타자 박병호 등은 LG 트레이드 잔혹사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손해만 안겨줘 ‘트라우마’가 됐던 FA 영입과 트레이드에서 완전히 벗어나 쏠쏠한 이익을 거두고 있습니다. 현재 추세로 볼 때 ‘DTD’에서 완전히 탈출하는 것은 물론 또 다른 트라우마였던 FA와 트레이드 역사도 다시 쓸 전망입니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10년간 가을잔치와 인연이 없었던 LG로서는 대반전이 보이는 2013시즌입니다. 그동안 온갖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꾸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은 구단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시점이 온 듯 합니다. 내부적으로는 유망주를 길러내고 외부적으로는 좋은 선수를 적절히 영입하는 구단과 코칭스태프의 노력이 있으면 ‘트라우마’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LG입니다.
OSEN 스포츠국장 su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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