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무려 18년 만에 8월 1위를 달리고 있는 데에는 여러 선수들의 역할이 크다. 그 중에서도 굳이 꼽는다면 '수호신' 봉중근(33)의 존재감이 유독 두드러진다. LG의 중요한 승리에는 언제나 그가 있었기 때문이다.
봉중근은 올해 44경기에서 7승31세이브 평균자책점 1.33으로 뒷문을 확실하게 걸어잠그고 있다. 세이브 31개는 리그 전체 1위 기록. 하지만 단순한 세이브가 아니다. 세이브에도 등급이 있기 마련이다. 3점차 넉넉한 상황에서의 세이브, 1~2점차 타이트한 상황에서의 세이브는 가치가 다르다.
대표적인 기록으로 터프세이브가 있다. 동점 및 역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거둔 세이브를 두고 터프세이브라고 한다. 터프세이브 상황은 안타 하나에도 블론세이브를 될 수 있기에 그 중압감이 아주 크다. 하지만 타고난 승부사 봉중근은 터프세이브 상황에 더 강했다.

봉중근은 올해 터프세이브가 무려 7개로 이 부문에서도 전체 1위다. 봉중근 다음으로는 송창식(한화)-김성배(롯데)가 5개씩 기록한 것이 전부. 결정적인 순간마다 마운드에 올라 급한 불을 끄고 극적인 승리를 이끈 것이다.
LG가 1위에 등극한 20일 목동 넥센전에도 그랬다. 5-3으로 리드한 8회말 1사 만루. 자칫 역전까지 내몰릴 수 있는 부담스런 상황에서 봉중근은 송지만을 병살타로 솎아내며 넥센의 추격을 잠재웠다. 이어 9회까지 책임지며 터프세이브로 1위 등극을 장식했다. 지난 18일 군산 KIA전에서 역전패를 당한 트라우마까지 깨끗하게 씻었다.
올해 봉중근은 블론세이브도 2개밖에 되지 않는다. 세이브 성공률 93.9%로 오승환(삼성·95.2%)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손승락(넥센·88.2%) 김성배(롯데·76.7%) 박희수(SK·88.9%) 송창식(한화·80.0%) 등 타팀의 주요 마무리투수들과 비교할 때 얼마나 높은 성공률인지 알 수 있다.
결정적으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 바로 경기수와 투구이닝이다. 봉중근은 44경기에서 47⅓이닝을 던졌다. 마무리 중에서 경기수는 김성배(47경기), 이닝수는 송창식(52⅓이닝) 다음이다. 1이닝 이하 세이브가 18개 있지만 1⅓이닝 세이브 10개, 1⅔이닝 세이브 3개도 있다. '1+ 이닝' 세이브가 13개로 김성배(9개) 오승환(6개) 박희수(6개) 손승락(5개) 등 경쟁자들보다 월등히 많다.
LG는 이상훈 이후 고질적인 마무리 부재에 시달렸고, 지난 10년간 가을 야구를 먼발치에서 구경했다. 하지만 올해 위기에 강하고, 8회부터 막을 수 있는 '특급 수호신' 봉중근 등장으로 순위표 맨꼭대기까지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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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