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군 풀타임 시즌을 맞는 두 신인왕 후보들의 대결. 특급 에이스들의 화려한 쾌투는 아니었으나 서로 다른 색깔로 버텨나갔다. 결국 타자들이 승부처에서 좀 더 폭발한 덕분에 후배가 웃었다. 2013 신인왕 타이틀 레이스 선두권에 있던 우완 스리쿼터 이재학(23, NC 다이노스)과 기교파 좌완 유희관(27, 두산 베어스)의 맞대결. 결과는 이재학의 TKO승으로 끝났다.
이재학은 21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로 나서 6⅓이닝 동안 108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탈삼진 7개, 사사구 6개) 3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7승(5패)째를 올렸다. 반면 유희관은 8회 1사까지 마운드에 올랐으나 7⅓이닝 동안 9피안타(탈삼진 4개, 사사구 1개) 6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되고 말았다. 경기는 NC의 7-5 승리로 끝이 났다.
초반 투구 내용은 이재학보다 오히려 유희관이 더욱 나았다. 이재학이 불안한 제구로 아쉬움을 사며 1회 2실점, 3회 1실점으로 분위기를 내준 반면 유희관은 4회까지 산발적인 안타는 내주되 사사구 없이 결정타를 피하는 기교파 투구를 펼쳤다. 그러나 버티는 힘에서 이재학이 좀 더 우세했다.

한 타순이 돌아간 뒤 이재학은 횡으로 강하게 휘는 서클 체인지업을 앞세워 두산 타자들의 수를 흐트러뜨렸다. 이날 108개의 공을 던진 이재학의 서클 체인지업 투구수는 무려 57개. 구속 스펙트럼이 122~131km로 직구와 10여 km 차이가 났다. 움직임이 좋았던 만큼 스트라이크 존을 빗나가며 사사구가 쌓이기도 했으나 이 결정구로 이재학은 친정팀 타선을 제대로 봉쇄했다.
유희관의 6실점 패착은 선수 본인이 못 던졌다기보다 갑작스레 등판 일정에서 하루 앞당긴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 당초 유희관의 등판은 22일 대구 삼성전이 예정되어 있었다. 21일 NC전으로 잡혀있다가 니퍼트의 라이브피칭 일정이 잡히기 전 삼성전 등판으로 가닥이 잡혔다. 만약 니퍼트가 순조롭게 합류했다면 21일 니퍼트-22일 유희관 순으로 등판이 계획될 수 있었다.
그러나 니퍼트의 18일 라이브피칭 후 아직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며 유희관은 하루 앞당겨 등판하게 되었다. 20일 경기 전 만 하더라도 유희관의 등판 예상일은 22일 삼성전이었으나 갑작스레 당겨졌다. 자신이 상대한 마지막 타자 나성범에게 몸에 맞는 볼로 사사구를 내줬을 뿐 제구는 안정적이었으나 결국 구위가 떨어지며 결정타로 이어졌고 뒤를 이은 오현택이 이호준에게 스리런을 내줘 승계주자 실점 2점이 고스란히 유희관에게 넘어갔다.
어쨌든 21일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벌인 둘의 선발 경기는 끝났고 승리의 여신은 이재학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이재학과 유희관은 남은 시즌 어떤 활약상으로 신인왕 레이스 판도를 만들어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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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