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는 최근까지도 현역 빅리거였던 정도가 되어야 성에 찬다. 그런데 이제는 그 정도 되어도 한국 무대에서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데다 빅리그 콜업 지시에 선수가 마음을 돌리면 말짱 도루묵. 한국 프로야구의 시즌 중 대체 외국인 선수 찾기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2013시즌 개막 이후 시즌 중 기존 외국인 투수를 퇴출시키고 새로운 선수를 데려온 구단은 모두 세 팀. 두산이 좌완 개릿 올슨을 돌려보내고 우완 데릭 핸킨스를 데려온 데 이어 삼성이 아네우리 로드리게스 대신 에스마일린 카리대, KIA가 앤서니 르루 대신 듀웨인 빌로우를 영입했다.
그런데 이들 중 확실히 ‘대박이다’ 싶은 선수는 아직 없다. 그나마 올 시즌 마이애미서 잠시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던 전력의 빌로우가 3경기 1승1패 평균자책점 2.92를 기록 중이지만 확 임팩트를 주는 정도는 아니다. 핸킨스는 15일 KIA전 7이닝 무실점 승리 외에는 위력적이지 못하며 카리대는 3경기 출장 1패 평균자책점 27.00의 기록을 남기고 팔꿈치가 아파 재활 치료 중이다. 오히려 예년에 비하면 ‘흉작’이라고 일컫는 것이 나을 정도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대체 외국인 선수가 이 정도로 위력을 떨치지 못하는 경우는 거의 처음이다. 지난 시즌 KIA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들어왔던 헨리 소사나 2011시즌 데니 바티스타(한화), 2009년 SK의 게리 글로버, 가도쿠라 겐 등 눈을 조금만 돌려봐도 괜찮은 대체 외국인 선수들의 전례를 찾을 수 있음을 감안하면 의아할 정도다. 어쩌다 대체 외국인 선수 뽑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변했을까.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30만 달러)이 정해져 있으나 각 구단들이 더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더 많은 돈을 들이는 것이 어느 순간 대세가 되었고 이 규정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그런데 만약 이 상한선을 철폐하고 실제 연봉을 공개하게 된다면 국내 선수들의 상실감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수 년 전 한 구단의 선수는 “우리 새 외국인 선수 연봉이 얼마나 되는지 아는가. 이 정도 받는다더라”라고 자문자답한 뒤 “못 하면 구단에서 ‘돈 토해내라‘라고 드잡이할 수도 있겠다”라며 농을 섞어 한숨을 내쉬었다.

유명무실한 연봉 상한제 뒤로 새 외국인 선수를 찾는 구단은 스카우트를 파견하고 경기 영상 등을 보며 새로운 선수를 찾는다. 그런데 모든 외국인 선수가 투수로 채워진 올 시즌의 경우는 높아질 대로 높아진 구단들의 눈높이를 충족할 만한 기량의 투수가 미국 현지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그리고 선수와 에이전트들도 “한국이 의외로 돈이 되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 자신의 기량 그 이상의 돈을 받으려 몸값을 높이기도 한다. 그래서 스카우트들이 선수를 찾다가 오히려 기가 차는 경우도 자주 접한다.
무엇보다 현재 새로운 투수를 찾는 구단들은 가능하다면 빅리그에 콜업될 수 있을 정도 기량을 갖춘 투수를 원한다. 가장 좋은 예가 되는, 영입이 무산된 선수 중 가장 한국행에 가까웠던 투수는 바로 7월 하순 시카고 컵스에서 샌프란시스코로 트레이드 된 우완 기예르모 모스코소다.
지난 7월 LG와 삼성이 모스코소 영입을 놓고 물밑 경쟁을 펼쳤다는 이야기도 있었으나 사실 모스코소에 가장 가까이 갔던 팀은 바로 KIA다. 빌로우를 데려오기 전 KIA는 모스코소와 사실상 합의까지 마쳤다.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바로 모스코소의 KIA행이 결정될 정도까지 근접했으나 하필 그 때 모스코소의 트레이드가 결정되었다. KIA 측은 “한국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샌프란시스코 소속으로 빅리그 무대를 다시 밟을 것인가”라고 의사를 타진했고 모스코소의 대답은 후자였다.
모스코소 뿐만 아니라 국내 구단이 탐내는 정도 기량과 구위의 투수라면 빅리그 콜업 지시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국행이 아닌 메이저리그행을 결심하게 마련. KIA는 발 빠르게 모스코소 영입이 무산되자마자 빌로우와의 계약을 진행해 앤서니의 빈자리를 채우는 신속한 일처리를 보여줬다. 핸킨스와 카리대는 선수 본인이 한국에서 뛰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했고 심지어 카리대의 경우는 계약 이전 이미 경산 볼파크에서 훈련하며 테스트 식으로 뛰었을 정도다. 열의가 있는 선수들은 이전의 커리어가 아쉽고 현재 실적도 아쉽다.
눈높이가 높아진 만큼 지불해야 할 금액도 높아졌다. 그런데 새로운 선수를 찾는 경우 리그 성공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데 거액을 투자하는 것도 사실 도박이다. 이전에는 계약 해지와 함께 당월까지만 연봉을 지급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선수와 에이전트사에서 먼저 ‘1년 연봉 보장’을 조건으로 걸고 있어 위험도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빅리그가 부르면 한국 무대에서의 러브콜을 즉각적으로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 외국인 선수 사오기. 특히 시즌 중 사오기는 사람들의 예상보다 훨씬 더 어려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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