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을 하면서 어떤 순간 가장 어려운가.' 이 질문에 대한 9개 구단 감독들의 의견은 일치한다. 모두들 입을 모아 투수교체가 가장 어렵다고 한다. 투수출신 감독도, 야수출신 감독도 투수교체 이야기만 나오면 손을 내젓는다.
투수교체가 어려운 이유는 결과론이 지배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교체 당시에 이해하기 힘든 선수가 올라온다 하더라도 결과가 좋으면 '절묘한 수'로 둔갑하고, 정석적인 투수교체를 했지만 계속 결과가 나쁘다면 화살은 감독에게 돌아오기 마련이다.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라간 투수가 항상 잘 던질수만은 없다.
다만 투수교체 성공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불펜에서부터 면밀한 컨디션 점검이 이뤄지고, 여러 통계를 이용해 적임자로 판단되는 선수를 투입한다. 그래도 실패한 투수교체는 꼭 나오기 마련이다. 가장 강력한 뒷문을 갖췄다는 삼성도 올 시즌 5번의 블론세이브가 있다.

롯데 김시진 감독의 투수교체는 대개 공식을 따른다. 좌타자가 나오면 좌완을, 우타자가 나오면 언더핸드를 투입한다. 좌-우-언더핸드 모두 부족하지 않은 롯데는 상황에 맞춰 다양한 투수를 투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현재 롯데 불펜의 표면적인 성적은 나쁘지 않다. 롯데의 불펜 평균자책점은 3.94로 리그에서 LG와 함께 단 둘이서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역시 작년과 마찬가지로 불펜 평균자책점 리그 2위를 고수하고 있는 롯데다. 그렇지만 속 내용은 그렇지 않다. 19번의 블론세이브는 리그에서 가장 많고, 승계주자 실점율도 리그에서 세 번째로 높다. 운영에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는 걸 방증한다.
김 감독 역시 롯데의 투수교체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걸 알고 있었다. "팬들은 좌우놀이라고 이야기 하시는데 사실과는 조금 다른 부분이 있다"고 말한 김 감독은 타자들을 예로 들었다. 사실 어느 팀이나 좌완 선발이 나오면 우타자 위주로, 반대 상황이면 좌타자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는 한미일 프로야구 모두 마찬가지다.
김 감독은 "손아섭 같은 타자는 아무리 좌완이 나와도 빼는 것 보셨냐"며 "다만 그렇지 않은 좌타자가 대다수다. 이들은 좌완상대 타율이 우완상대 타율보다 크게 떨어진다. 이런 타자들은 상황에 맞게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는 김 감독이 투수교체 타이밍을 잡을 때도 마찬가지, 좌타자에는 좌완을 붙이는 것이 확률 상 막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
김 감독은 바깥에서 보는 것과 현장에서 보는 것의 차이도 있다고 말한다. 그는 "불펜에서 선수 컨디션을 점검해 올린다. 좌타자, 우타자가 나왔다고 무조건 투수교체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터나 선수 컨디션 등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보고 투수교체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1일 대전 한화전에서는 예상을 깨는 롯데 벤치의 투수교체가 나왔다. 롯데는 6회 2사 후에만 4실점을 하면서 6-4로 쫓겼다. 선발 쉐인 유먼이 내려가고 정대현이 나왔지만 볼넷 하나만 내주고 다시 들어간 상황. 좌타자 고동진을 맞아 김 감독은 이명우를 투입했고 그는 삼진으로 이닝을 마쳐 믿음에 보답했다.
눈에 띄는 점은 그 다음이다. 이명우는 7회 1사 후 송광민에게 안타를 맞았다. 다음 타순은 김태균-최진행 우타자, 특히 김태균은 전 타석에서 홈런이 있었고, 최진행은 최근 한화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다. 교체 타이밍 상 우완 불펜이 나갈 것으로 보였지만 이명우가 그대로 남아 김태균을 삼진, 최진행을 뜬공으로 잡아냈다. 이명우는 8회 2사까지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사실 이명우가 오래 던진 건 불가피한 면도 있었다. 우완 불펜인 김승회가 가벼운 어깨통증으로 출전이 힘들었고, 김사율도 출전은 가능했지만 선발로 호투를 이어가고 있었기에 자칫 불펜투입은 독이 될 우려도 있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명우를 고집, 승리를 지켜낸 건 이제까지의 투수운용과는 다소 달랐다. 불펜 필승조가 부족했던 이유도 있지만, 이명우의 이날 컨디션이 좋았기에 김 감독과 정민태 투수코치는 이명우를 좀 더 길게 끌고갔고 결국 승리의 분기점이 됐다.
투수교체를 놓고 겉에서 그 세세한 속사정까지 알기는 힘들다. 다만 데이터와 결과를 놓고 이야기 할 뿐이다. 그럼에도 이제까지 롯데의 불펜운용에는 물음표가 붙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명우의 2이닝 소화가 롯데 불펜운용 변화의 시작이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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