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의 정석(feat.스윙스)] 프리스타일, 내 뒤끝을 알리지 마
OSEN 임영진 기자
발행 2013.08.22 10: 27

은근히 힙합신에서 사용되는 용어가 관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디스’, 잘 알려졌듯이 디스리스펙트(DISRESPECT)를 줄여서 부르는 말로, 존중하다(리스펙트, RESPECT)의 반의어다. 내가 너보다 낫다는 의미를 공격적이고 적극적으로 전달한다.
스윙스가 엠넷 ‘쇼미더머니2’ 예선에서 ‘나보다 센 사람 솔직히 없지 나 보여줄테니 쇼미더머니’라는 프리스타일 랩을 한 적이 있다. 이 부분은 명장면으로 편집돼 네티즌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서바이벌에 나선 자신을 평가절하하는 힙합 뮤지션에 대한 공격이자, 수천 명에 이르는 예선 참가자들을 한번에 디스하는 통 큰 프리스타일이었다.
프리스타일 랩은 우리가 알고 있는 리튼(WRITTEN) 랩과는 성질이 다르다. 매우 즉흥적이고 공격적이다. 주로 랩 배틀에서 프리스타일 랩이 나오는데 대결 구조다 보니 험한 말도 쏟아진다. 속으로는 끙끙 소리가 날지언정 겉으로는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 포커페이스가 필요한  장르라는 말이다./편집자 주

임영진(이하 임); 즉흥적으로 하는 랩, 프리스타일이라고 하죠.
스윙스(이하 스); 네, 리튼랩하고 프리스타일랩이 있죠.
임; 일반적으로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가서 부르는 노래는 리튼랩인거잖아요. 프리스타일은 어떻게 달라요.
 
스; 먼저 날 것(Raw)의 느낌을 가졌어요. 그게 매력이죠. 지금의 감정을 즉각적으로 표현하는 게 프리스타일 랩이기도 하니까. 그 외에 기본적인 박자, 라임의 틀 말고는 지킬 건 없어요.
임; 음, 랩 입문생으로서 질문 하나 하겠습니다. 프리스타일을 잘해야 더 실력있는 건가요.
스; 그렇다고 볼 수 없죠. 프리스타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고 리튼랩을 잘하는 사람이 있거든요. 리튼랩에 비해서 프리스타일랩이 좀 더 관대해요. 중간에 헛소리가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까요. 랩은 표현이잖아요. 감정의 표현이고, 메시지의 전달이고요. 그런 부분을 잘 살릴 수 있어야 해요. 프리스타일을 잘한다고 해서 랩을 잘한다는 건, 글쎄요.(웃음)
임; 프리스타일랩은 어떻게 연습을 할 수가 없겠네요. 써 놓고 외워야 하는데 그럼 프리스타일이 아니잖아요.
스; 할 수 있어요. 10분 동안 프리스타일을 한다고 생각하시고 아무렇게나 랩을 해보세요. 재미있는 게 그렇게 하면 정말 별별 말이 다 튀어 나와요. 욕도 나오고, 비밀스럽고 변태스러운 단어가 나올 수도 있죠.(웃음) 그 즉흥성이 재미있는 거예요. 대신 라임 지키기, 박자 맞추기를 기억해야 해요.
임; 프리스타일 하면, 배틀이라는 게 떠오르는데요.
스; 네, 랩 배틀이 또 아주 재미가 있죠.(웃음)
임; 서로 디스하기 바쁘던데 재미가 있나요.(웃음)
스; 그게 배틀의 묘미인데요. 디스를 할 때는 상대방에게 최대한 모욕감을 줘야 해요. 하지만 랩 배틀은 권투 경기 같은 거예요. 권투 선수들이 경기에서 져도 우승자하고 악수하고 헤어지듯이 깨끗하게 인사를 해요. 그걸로 나중에 ‘너 나한테 왜 그랬어’ 이런 말 하면 안되는 거예요.
임; 마음은 엄청 상할 거 같은데요. 약간 악플이 음성지원 되는 기분이랄까요.
스; 솔직히 배틀을 하고 심한 말을 들으면 오래가요. 뒤끝 완전 남죠.(웃음) ‘아니 얘가 나를 이렇게 싫어했나’ 싶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그 정도로는 내가 꿈쩍도 안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게 노력해야 해요.(웃음)
임; 스윙스가 프리스타일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있나요.
스; 라임, 박자, 즉흥성, 펀치라인 등이에요. 라임, 박자는 뭐 워낙에 기본이니까 설명은 안할게요. 정도의 차이는 있는데 어느 정도 ‘빡치는’ 것도 있어야 하지만 개그코드도 있어야 해요. 사람들이 보면서 웃을 수 있도록이요.
임; 펀치라인을 조금 더 설명해주세요.
스; 예를 들면, 동음이의어를 사용해서 재치있게 표현한다든가 허를 찌르는 표현이 나왔다든가 하는 경우를 펀치라인이라고 할 수 있어요. 1편에서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 ‘펀치라인놀이’에 나오는 '너는 타이거JK와 다르게 미래가 없지'라는 부분이요. 이 느낌이에요.
임; 이런 내용은 어디서 배우는 건가요.(웃음)
스; 잘하는 예술가들은 빌리고 위대한 예술가들은 훔친다고 하잖아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빼앗아야 해요.(웃음)
처음엔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 나오는 펀치라인을 많이 베껴서 썼죠. 지금도 좋은 아이디어원이에요. 처음에는 그냥 따라하는 걸로 학습했어요. 플로우도 똑같이 나오고 목소리도 똑같이 나오게 모방이라는 걸 한 거죠. 아기들이 부모한테 말을 배우듯이 내 롤모델들이 내 부모였다고 보면 돼요.
*오늘의 선곡; 스윙스 ‘펀치라인놀이’
 
지난 2008년 발표된 스윙스의 첫 정규앨범 ‘업그레이드(Upgrade)’ 수록곡. 무려 5분 11초짜리 곡이다. 피처링진이 화려해서 스윙스 외에 버벌진트, 더 콰이엇, 웜맨, 딥플로우가 목소리로 호흡을 맞췄다. 제목부터 ‘펀치라인놀이’일 만큼 재치 넘치는 구절이 대거 등장한다. ‘내 기분은 2주된 요플레보다 상했지’, ‘난 원더풀(wonderful)해. 라이크 스티비&민선예’, ‘넌 타이거JK와 다르게 미래가 없지’ 등이 해당된다.
단, 19세 미만 청취불가 등급으로 분류가 돼 있으니 미성년자들은 훗날을 기약해주시길.
plokm02@osen.co.kr
브랜뉴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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