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는 왜 아침에 야구할까?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8.22 11: 18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한 여자 연예인은 TV에 나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왜 그리스는 새벽에 축구를 하냐'고 말한 적이 있다. 사건 이후 그녀는 자신이 그런 말을 했다는 걸 극구 부인했지만, 많은 이들이 그 말을 듣고 폭소를 터트린 후였다.
LA 다저스는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맹활약을 펼치며 이제는 프로야구 11구단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그 만큼 인기가 많은데 류현진이 나오지 않는 다저스의 경기가 추신수가 출전한 신시내티 레즈 경기보다 시청자수가 많을 정도다. 서부지구인 다저스의 홈 경기는 한국시간으로 보통 오전 11시 전후로 펼쳐져 시청하기가 비교적 쉽다.
과거 박찬호가 숱한 '베이스볼 키드'를 만들어냈던 것과 마찬가지로 류현진도 아이들로 하여금 글러브와 야구공을 들고 동네 공터로 향하게 하고 있다. 우연히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야구를 하는 걸 지켜본 적이 있는데 그들끼리 "왜 다저스는 만날 아침에 야구를 할까. 류현진도 힘들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23일(이하 한국시간) 벌어질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4연전 마지막 경기는 서부 기준 오전 9시 40분, 현지 기준 오후 12시 40분에 경기를 한다. 10시가 넘어서 끝났으니 얼마 못 쉬고 아침부터 경기에 나서야 할 판이다. 선발로는 클레이튼 커쇼가 출전, 팀 3연승에 도전한다.
어쩌면 더블헤더보다 더 힘들 수 있는 경기 편성이다. 이런 일정이 나온 이유는 다저스의 이동시간 때문이다. 마이애미와의 4연전이 끝난 뒤 다저스는 이동일 없이 곧바로 홈인 LA로 돌아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경기를 펼쳐야 한다. 만약 23일 경기를 정상적인 시간인 저녁에 시작한다면 다저스는 쉴 틈도 없이 레드삭스와의 1차전에 나서야 한다.
때문에 돈 매팅리 다저스 감독은 22일 경기에서 노장 선수인 후안 우리베에게 휴식을 줬다.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매팅리 감독은 "우리는 내일 낮 경기를 앞두고 있다. 커쇼가 선발로 나서는데 그 경기에 우리베가 출전하길 원한다"면서 "그래서 오늘 경기에 우리베를 뺐다"고 설명했다. 다저스는 22일 선발 3루수로 제리 헤어스톤 주니어를 출전시킨 가운데 4-1로 승리를 거둬 2연승, 다시 연승을 시작했다. 우리베는 9회 투수 타석에 대타로만 등장해 체력을 비축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이처럼 이른 시간에 경기를 하는 걸 보기가 힘들다. 퓨처스리그 경기가 오전 11시에 펼쳐지긴 하지만 1군 경기는 가장 이른시간이 오후 2시다. 메이저리그의 긴 이동거리와 빽빽한 경기일정이 빚어낸 광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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