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극장이 난리가 났다. 한 때는 '사람들은 더 이상 본방사수를 하지 않는다'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지지부진한 시청률 성적을 냈던 주중(평일) 미니시리즈가 이슈몰이 속 쌍두마차 구조를 세운 것이다.
현재 월화극 1위와 수목극 1위는 나란히 한 때 '마의 시청률'이라 불리던 20% 장벽을 넘을 기세다. 월화극은 KBS 2TV '굿 닥터'가, 수목극은 SBS '주군의 태양'이 이끌어가고 있다. 앞서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가 등장하기 전 주중 미니시리즈는 10% 넘기기도 버거워했다. 20%는 꿈의 시청률이었다. 이와 동시에 월화극이나 수목극 둘 중 한 편의 강자로 근근히 버티는 구조로 안방극장의 체면을 겨우 유지해왔다.
그렇기에 이처럼 월화수목 미니시리즈 강자가 나란히 등장한 것은 실로 오랜만이라는 것이 방송계의 반응이다. 안방극장은 드디어 도토리 키재기 하향평준화 경쟁에서 벗어나게 됐다.

여기에는 드라마 콘텐츠 자체의 힘이 가장 크다. '굿 닥터'는 의학드라마에 '힐링'이라는 최근 인기 코드를 집어넣었고 서번트증후군이라는 색다른 소재를 가져와 진부함을 덜어냈다. 시작부터 두 자리수 시청률을 보인 이 드라마는 매회 자체 최고시청률을 경신, 방송 6회만에 19.0%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단언컨데, 요즘 안방극장의 최고 기대작이다.
수목극에는 코믹, 멜로, 공포가 조합된 새로운 장르의 '주군의 태양'이 정상을 차지하고 있다. 13.6%로 출발한 후 지금까지의 최고시청률은 16.8%로 동시간대 경쟁작들과 큰 차이를 벌이며 1위를 달리고 있는 중이다. 홍자매 작가라는 프리미엄과 소지섭-공효진의 화학작용에 대한 호기심이 방송 전부터 예비 시청자들을 형성케 했다. 초반에는 평이 갈리는 듯 했으나 날이 갈수록 재미를 더하고 있다는 반응이 많다.
최근 미니시리즈의 경우 시청률 15% 돌파도 만만치 않았던 상황이라 이 두 드라마의 시청률 오름세는 예의 주시가 된다. 특히 이들이 화제 속에 종영한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너목들)가 기록한 최고 시청률 24.1%를 돌파할 수 있을 지도 관심사다. 이들은 '제 2의 너목들'이란 수식어로도 불리고 있다.
이 두 인기드라마는 요즘 안방극장의 트렌드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너목들'이 복합장르물로 성공한 것처럼, '주군의 태양' 역시 무서웠다 코믹했다 달달했다를 수없이 오가며 시청자들에게 오감을 제공한다. 여기에 '굿 닥터'처럼 진지한 소재를 다룰 때도 감동적이긴 해도 무겁지 않게 표현해내는 방식이 최근 어두운 드라마를 기피하는 성향이 있는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은 것으로 보인다. 두 드라마는 또 미드처럼 큰 줄기를 갖고 있으면서 매회 새로운 에피소드를 제공한다는 공통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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