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투혼으로 더욱 빛난 서울의 캡틴 하대성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3.08.22 19: 54

경기가 끝난 후 서울의 주장 하대성(28)은 왼발에 얼음을 감고 경기장을 나서고 있었다. 왼팔에 찬 주장 완장의 무게보다 왼발의 통증이 더욱 무거운 부담으로 다가왔던 경기였다.
알 아흘리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예상과는 달리 90분을 모두 뛰고 나오는 길. 그는 마음 편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시간을 하루전으로 돌려보면 그가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전날 치른 마지막 훈련에서 그는 훈련시작 25분 만에 신발을 벗어든채 훈련장을 벗어났다. 발목에 얼음팩을 칭칭감은 그는 옆줄 근처에 주저 앉아 동료들이 훈련하는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고 있었다. 훈련이 끝난 후 그를 비롯해 최 감독과 의무 트레이너 세명이 모인 가운데 진지한 이야기가 길게 오갔다. 그는 “감독님은 마지막 훈련에서 내가 끝까지 훈련을 같이하길 바라셨다. 나는 쉬는 것이 회복에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며 “2년 전에도 부상으로 뛰지 못해 팀이 지는 모습을 봐야했다. 설사 패하더라도 경기장에서 뛰고나서 지는 것이 낫다. 뛰고싶다”고 말했다.
스스로의 몸상태를 70% 정도로 진단한 그는 경기 당일까지도 최 감독과 면담을 계속하며 출전여부를 타진했다. 하지만 결국 주장 완장을 차고 그라운드에 나서 팀의 1-1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상대의 거친 태클에 걸려 발목을 붙잡고 나뒹구는 가슴 철렁한 장면도 있었지만 전반 11분 만에 중거리슛으로 몸을 푼 뒤 상대의 공격을 1차로 막아내는 방파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상대 주요선수와 몸싸움을 하며 신경전을 벌이고, 김주영이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자 먼저 나서서 동료와 심판을 달래는 등 주장다운 역할을 해냈다. 최 감독은 “중요한 경기여서 큰 경기 경험이 많은 하대성이 꼭 필요했다. 불안해질 수 있는 원정 경기에서 선수들의 심리적인 동요를 막고, 안정시켜가며 경기를 풀어갔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대성은 “사실 통증이 남아있어서 불안한 마음을 갖고 경기를 시작했는데 무사히 풀타임을 뛰어서 다행이다”면서 “선제골 이후 어려운 경기를 했다. 점수를 지키려 애를 썼는데 골을 허용해 아쉽다. 만족할 수는 없는 결과지만 그렇다고 악조건은 아니다. 홈에서 90분이 남은 만큼 꼭 4강에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은 22일(한국시간) 새벽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의 킹 압둘아지즈 스포츠시티에서 알 아흘리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을 치렀다. 선제골을 넣고도 아쉬운 1-1 무승부로 끝났지만 원정에서 골을 넣은 서울은 원정 다득점 원칙에 의해 4강행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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