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장수 토크쇼 ‘황금어장-무릎팍도사’가 6년 7개월여의 대장정을 마쳤다. 2007년 1월 3일 배우 최민수를 시작으로 2013년 8월 22일 배우 김자옥까지, ‘무릎팍도사’는 240명의 저명인사들이 문지방이 닳도록 찾은 국민 토크쇼였다.
이 프로그램은 강호동이 괴상망측한 연지곤지를 찍고 점집을 배경으로 한 신개념 콩트 토크쇼로 첫 발을 디뎠다. 당시에만 해도 토크쇼는 정제되고 세련된 분위기 속에 차분하게 진행되는 게 관례였다. 하지만 ‘무릎팍도사’는 이 같은 상식을 깼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게스트들을 쥐락펴락하면서 토크쇼의 새 장을 열었다.
온통 빨간색과 황금색으로 이뤄진 휘황찬란한 세트는 상징과도 같았다. 도사 복장을 한 MC 강호동까지 정말 점집을 옮겨놓은 듯 했다. 기존 정갈한 토크쇼와는 거리가 멀었다. ‘무릎팍도사’는 스타들의 진솔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장소였다. 스타가 말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가 아닌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에 집중했다. 유독 독하고 놀라운 이야기들이 쏟아진 건 ‘무릎팍도사’의 힘이었다. 지금이야 돌직구성 발언이 유행이지만, 날카로운 질문은 ‘무릎팍도사’가 시초였다.

여기에는 메인 MC인 강호동의 게스트들을 들었다 놨다 하는 말솜씨와 고정 패널들의 맹활약이 컸다. 강호동은 독한 질문을 했다가도 게스트들을 편안하게 만드는 포용력이 강점이었다. ‘국민 MC’는 고스톱 쳐서 딴 게 아니었다. 그는 그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무릎팍도사’는 게스트와 밀고 당기기에 능숙한 강호동이 있었기에 6년여라는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다.

아울러 고정 패널이었던 우승민과 유세윤의 조합, 막바지에 합류해 따뜻한 인간미와 깐족거림으로 승부했던 이수근과 장동혁의 뒷받침은 훌륭했다. 이들은 세련되지 않았지만 정감이 넘치는 B급 정서를 충족시키며 재미를 선사했다.
올해 들어 지상파 토크쇼의 침체기와 맞물리면서 저조한 시청률로 끝내 막을 내렸지만, 이 토크쇼는 스타들을 친근하게 마주할 수 있는 장이었다. 톱스타들은 물론이고 박세리, 박찬호, 박태환, 김연아 등 스포츠스타와 엄홍길, 안철수 등 저명인사, 워쇼스키 남매, 초난강, 성룡 등 세계적인 스타들도 점집을 찾았다. 이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진면목을 보여주거나, 자신을 둘러싼 오해를 속시원하게 해명하며 대중과 호흡했다. 스타들은 치부를 드러내며 울거나, 루머를 해명한 후 속시원한 미소를 짓고 돌아갔다.
영욕의 시간을 거닐었던 ‘무릎팍도사’는 막을 내렸다. 장수 토크쇼의 말로는 낮은 시청률로 인한 폐지였지만, 6년여간 시청자들에게 남긴 추억은 시청률로 설명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릎팍도사’가 남긴 웃음과 눈물, 진한 추억은 당분간 잊기 힘들 것이다.
한편 ‘무릎팍도사’ 후속으로는 오는 29일부터 시청자와 연예인의 사연을 콩트로 재구성한 ‘스토리쇼 화수분’이 방송된다. 이 프로그램은 김갑수, 김성주, 서경석, 정준하가 고정 MC로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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