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력 넘쳤던 강호동 도사님, 그리울 거예요 [굿바이 무릎팍②]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3.08.23 07: 16

방송인 강호동은 ‘무릎팍도사’ 그 자체였다. 게스트들의 속살을 가감 없이 드러내는 MBC 예능프로그램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이하 ‘무릎팍도사’)는 에너지 넘치고, 의외의 애교가 가득한 MC 강호동의 활약이 없었다면 이처럼 오랜 시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없었을 것이다.
강호동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중 하나인 MBC 예능프로그램 ‘무릎팍도사’가 지난 22일 김자옥 편을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시청률 부진의 늪은 국민MC들도 피해갈 수 없었다. 유재석의 ‘놀러와’가 하루아침에 끝나 버리더니 6년여의 세월을 시청자와 함께한 ‘무릎팍도사’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매회 시작 때마다 동글동글 빵빵한 얼굴에 연지 곤지를 찍고 등장했던 강호동은 늘 그날의 게스트를 번쩍 들어 올리며 “스타의 속살을 낱낱이 파헤치겠다”라는 식의 의지를 드러냈다. 그 때문일까. 그의 앞에 서면 연예계 대선배도(이경규), 월드스타도(워쇼스키 남매, 성룡), 카리스마 넘치는 뮤지컬 감독도(박칼린), 사건사고를 겪었던 문제의 스타들도(싸이, 김태원 등), 피겨의 여왕도(김연아), 시골의사(박경철)와 백신의사(안철수)도 자신의 고민거리를 토로하는 저자세를 보이며 무릎을 꿇었다.

이런 재미가 가능했던 것은 콘셉트도 콘셉트지만, 강호동 특유의 에너지가 한 몫을 했다. 최연소 천하장사 출신다운 육중한 몸, 카랑카랑한 경상도 사투리와 큰 목소리는 날고 기는 스타들의 카리스마를 제압할 만큼의 힘이 있었다. 그 때문에 시청자들이 궁금해 할 만 한 정곡을 시원하게 쿡쿡 찌르는 강호동 식의 공격적인 토크쇼 역시 가능했다.
예컨대 배우 윤여정에게 전남편 조영남에 대해 묻거나, 고현정에게 이혼한 시댁과 관련된 루머를 물어보고, 이경규에게 “본인의 능력에 비해서 너무 야망이 큰 것 아니냐”며 영화 제작에 관련한 질문을 하는 식이다. 지금이야 ‘돌직구’ 토크쇼가 많아졌다지만, ‘무릎팍도사’의 시작 전에는 이런 질문을 두려움 없이 하는 프로그램이 거의 전무했다. 당시는 게스트의 눈치를 봐야 하던, 게스트가 왕이었던 시대였다. 강호동이 시작이라 해도 거의 무방할 정도다.
그 때문에 ‘무릎팍도사’에 출연하는 게스트들은 종종 “각오를 하고 나왔다”며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먼저 마음 열고 이야기할 충분한 준비를 한 채 출연했다. 이렇게 독하다면 독한 ‘무릎팍도사’에 긴장감 보다는 웃음이 많았던 것도 MC 강호동의 역량이었다. 그는 묻기 난감한 질문을 할 때도 언제나 특유의 솔직한 태도와 유머를 잃지 않았고, 때로는 게스트들을 무장해제시키는 호동이 표 애교를 선보여 웃음을 줬다.
강호동은 시류를 읽고 변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MC 중 한명이다. 불혹을 넘긴,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젊은 층의 감각에 맞춰야하는 오락 프로 MC로서 늘 손색이 없는 이유다. 바뀌는 유행에 따를 줄 알고 그 때 그 때 시청자들이 원하는 액션과 재담을 쏟아낸다. 그는 평소에도 폭 넓은 연령층의 연예계 지인들과 친분을 쌓아 얘깃거리를 늘리고, 임기응변 유머의 토대가 될 교양 공부를 하는 등 자기개발에 게으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노력은 ‘무릎팍도사’에서도 종종 드러났었다. 게스트들의 다양하고 복잡한 이야기를 듣고 그 의미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예리함은 이렇게 개발된 것이었다.
그런 강호동이 마지막 방송에서는 끝내 눈물을 흘렸다. “강호동은 유에서 무를 창조한 사람이다. 또 ‘무릎팍도사’처럼 온 국민이 좋아하고 화제가 됐던 프로그램이 몇 개 안된다. 정말 대단하다”라는 게스트 김자욱의 칭찬에 눈시울을 붉힌 것. ‘무릎팍도사’에 많은 애정을 쏟았고, 시청률 부진으로 마음고생을 했을 MC로서의 면모가 드러나 안쓰러움을 자아냈다.  
아쉽지만 ‘무릎팍도사’가 끝은 아니다. 강호동은 언제나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며 정글 같은 연예계에서 생존해왔다. ‘호동이’ 캐릭터로 데뷔해 연예인들의 미팅 주선자로('강호동의 천생연분')로 입심을 발휘하는 가 싶더니, '야심만만' '뷰티풀 선데이' '실제상황 토요일' 'X맨 일요일이 좋다', ‘강심장’, ‘스타킹’, 최근에는 ‘우리동네 예체능’까지 등 숱한 출연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타고난 순발력과 재치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왔다. 앞으로도 계속될 국민MC 강호동의 진화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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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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