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넥센 히어로즈 4번타자 박병호(26)는 누구보다 만족스러운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박병호는 지난 22일 기준 홈런(24개), 타점(79점), 출루율(.437)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고 득점 2위(69점), 장타율 2위(.578), 안타 4위(111개), 타율 4위(.323) 등 도루를 제외한 타격 주요 부문에서 5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 외에도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스스로에게 자랑스러운 순위가 있으니 바로 볼넷이다. 박병호는 올 시즌 68개의 볼넷을 얻어 63개를 얻은 김태균(한화)을 제치고 해당 부문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삼진은 70개로 볼넷과 삼진의 비율이 거의 1대1이다.

박병호는 고등학교 때 4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는 등 '힘'으로 알아주는 타자였으나 몸쪽공에 약하고 나쁜 공에 배트가 나가는 낮은 선구안 탓에 그동안 주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2011년 넥센에 트레이드돼 온 뒤 많아진 출장 기회 덕분에 공을 많이 보면서 선구안도 함께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홈런 선두를 노리고 있는 박병호를 다른 팀 투수들이 피해가게 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예전 같으면 그를 맞춰잡을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실투 하나면 한 방으로 연결된다는 인식 때문에 박병호에게 스트라이크존 안에 들어가는 좋은 공을 던지기 어렵다.
박병호 역시 홈런이 나오지 않아도 꾸준히 볼넷을 얻고 있는 것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는 22일 목동 NC전에서 시즌 24호포를 기록한 뒤 "최근 홈런이 안나왔는데 그래도 볼넷으로 계속 출루를 하고 있어서 페이스가 나쁜 편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박병호는 이어 "지난해에 비교해 삼진과 볼넷 비율이 좋아졌는데 작년 풀시즌 경험이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4번타자로 전 경기에 선발 출장하는 진기록을 세우며 73볼넷 111삼진을 기록, 그동안 볼넷의 3배가 넘었던 삼진 비율을 대폭 낮추고 볼넷을 많이 얻어내는 데 성공하기 시작했다.
그가 볼넷을 얻어나가게 되면 뒤 타선인 강정호, 김민성, 유한준에게도 자연스럽게 기회가 주어진다. 박병호가 득점 2위를 달리고 있는 비결도 그 때문이다. 장타력과 컨택 능력, 이제 나무랄 데 없는 선구안까지 갖춘 박병호가 리그 최고의 4번타자로 끊임없이 발전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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