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인이형이 좋은 기운을 전해준 것 같다".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최형우는 22일 대구 두산전서 1-1로 맞선 4회 중월 솔로 아치를 가동했다. 3번 지명 타자로 선발 출장한 최형우는 1-1로 맞선 4회 선두 타자로 나서 두산 선발 노경은의 4구째 직구(145km)를 때려 125m 짜리 중월 솔로포로 연결시켰다. 시즌 23호째. 8일 대구 한화전 이후 14일 만의 홈런.
최형우는 23일 "태인이형이 좋은 기운을 전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사연은 이렇다. 최형우는 '절친' 조동찬(내야수)이 왼쪽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뒤 자신의 헬멧에 조동찬의 등번호인 5를 적어 넣었다. 조동찬의 쾌유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왼쪽 어깨 부상으로 20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된 채태인은 TV 중계를 지켜보다 최형우의 헬멧에 자신의 등번호(17번)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리고 그는 경기 후 최형우에게 전화를 걸어 "섭섭하다"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태인이형의 번호를 적어 넣는 걸 깜빡했었다"는 게 최형우의 항변. 22일 첫 타석에서 2루 땅볼로 물러난 뒤 덕아웃에 앉아 있던 최형우는 채태인의 번호를 적어 넣어야 한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다. 곧바로 자신의 헬멧에 '17'을 큼지막하게 적어 넣었다.
1-1로 맞선 4회 선두 타자로 나선 최형우는 시즌 23호 아치를 쏘아 올리며 4-2 승리에 큰 공을 세웠다. "참 신기하게도 태인이형의 등번호를 적어 넣은 뒤 홈런을 쳤다. 형이 좋은 기운을 전해준 것 같다".
삼성 선수들은 조동찬과 채태인의 부상에 대해 자신이 다친 것 만큼이나 아파한다. 이들이 팀 승리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고 뛰다 다쳤다는 걸 잘 알기에.
최형우는 "선수들이 태인이형과 동찬이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잘 하자는 마음이 강하다. 태인이형과 동찬이에게 미안하지 않게끔 정말 열심히 뛰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탄탄한 팀워크. 삼성이 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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