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힙합 디스전쟁, 이제 시작…어디까지 번질까?[종합]
OSEN 박현민 기자
발행 2013.08.23 19: 13

래퍼 이센스의 디스곡 '유 캔트 컨트롤 미(You Can't Control Me)'로 23일 힙합계를 넘어 대한민국 가요계 전체가 술렁였다. 최근 각종 주요 음원차트를 휩쓸며 주류로 떠올랐던 힙합계가 디스전쟁에 돌입한 것.
최근 소속사로부터 계약해지로 퇴출 당한 이센스가 전 소속사 아메바컬쳐와 거기에 속한 선배그룹 다이나믹듀오의 실명을 직접 언급하며 신랄한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이렇게 수면위로 떠오른 한국 힙합계의 디스전쟁은, 향후 래퍼들의 대응여하에 따라 오히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모양새다.
한국 힙합 뮤지션들은 이를 지난 15일 미국 래퍼인 켄트릭 라마(Kendrick Lamar)가 지핀 불이 미국 전역을 휩쓸고 한국으로 건너온 것이라 진단했다. 1세대 힙합 뮤지션 이현도, 2PM 전 멤버 박재범 등이 이 같은 입장을 트위터 등으로 전하며 디스전을 관망하는 듯한 분위기를 내비쳤다.

켄트릭 라마의 여파를 국내 힙합계에 전한 건 사실상 스윙스가 먼저다. 지난 21일 스윙스는 '킹 스윙스(King Swings)'라는 곡을 발표하며 국내 힙합크루인 두메인과 벅와일즈를 비꼬았다. 벅와일즈를 이끌고 있는 제이통은 '스윙스형에게 갖고 있던 마지막 존중이 오늘 소멸'이라는 글로 실망감을 표했다.
이를 행동에 옮긴건 두 크루에 모두 속해 있는 어글리덕과 테이크원이다. 어글리덕은 'ctrl+alt+del *2'라는 곡을 통해 스윙스를 '돼지XX'라고 부르며 '미친X 관심에 미친X', 그리고 '쇼미더머니2'에 출연한 것을 비난하며 'Mad.C(매드클라운), 제이켠 같은 XX들이랑 어울리는 꼴'이라며 스윙스를 전면 디스했다.
테이크원 역시 '리컨트롤(Recontrol)'이라는 곡을 통해 '쇼미더머니 나온 뒤 달라지는 말투 SNS', '주먹왕이라면 형 똑바로 날려 적들에게' 등의 가사로 스윙스를 자극했다.
두 사람에 앞서 신인래퍼 야수가 스윙스에게 '선배님 안녕하세요'라는 곡을 통해 '눈물 많은 돼지XX, 허세 객기'라는 표현으로 비판했다.
또한 래퍼 딥플로우는 '셀프 컨트롤(Self Control)'을 통해 '랩게임의 규칙은 전쟁이 아닌 경쟁. 실력이 명제라면 그앞엔 태도가 전제해'라는 표현으로 감정으로 치닫는 디스는 자제하길 당부했다.
대중들 몰래 조용히 지나갈 뻔했던 이 힙합 디스(Diss)전은 이센스가 메이저 힙합계 정상에 올라있는 힙합듀오 다이나믹듀오에게 돌직구 디스랩을 냅다던지며 활활 불타올랐다. 이센스는 한때 한솥밥을 먹었던 선배인 개코를 직접 언급해 맹비난해 모두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소속사 아메바컬쳐에 대한 비판도 디스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이센스는 '이거 듣고나면 대답해 개코. 지난 5년간 회사 안에서 날 대했던 것처럼 뒤로 빼지마. 착한 사람 코스프레', '아무리 생각해도 난 다듀 군대 땜빵. 후배의 존경 이용했지 내게 설명해봐', '네 옆의 랩 퇴물을 비롯해 나머진 XX들 다 쓰자니 너무 아까운 내 볼펜' 등 직설적인 가사로 다이나믹 듀오를 향한 날 선 디스를 했다. 개코를 이중인격자처럼, 최자를 랩 퇴물로 언급한 것.
여기에 또 다시 스윙스가 '황정민(King Swing Part2)'라는 새로운 디스곡으로 등장해 한참 타오르던 불길에 기름을 쏟아부었다. 스윙스는 어글리덕의 맞디스곡을 또 다시 디스하며 제이켠, 맫씨를 가볍게 넘기고 '너 원하는 거물 깔게. 힘 주고 눈 똑바로 떠'라고 랩의 운을 뗐다.
그리고 스윙스는 쌈디(본명 정기석)를 처참하게 디스했다. 그는 'X. 정기석 정신병 걸린 개 유다 XX. 너는 그냥 거기 있어. 날 잘못 쳐다보면 넌 포경처럼 팍 까여', '(이)센스가 쫓겨날 때 넌 다듀와 두 손 잡어. 걔가 자고 있을 때, 내용 증명서를 보내. 그래놓고 TV 나와서 착한척 하며 쪼개?'라는 가사로 거침 없는 독설을 날렸다.
이어 '10억 짜리 노예 계약 거부한 게 탓? 쌈디 XX놈아 제이통 뺏을 때 알아봤다. 이 개 X같은 말라깽이'라며 사이먼디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이는 앞서 아메바컬쳐가 지난 7월 이센스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슈프림팀 해체를 공식화한 것에 대한 디스.
두 사람의 디스랩에 힙합계는 확실히 뜨겁게 달궈졌다.
이현도, 박재범에 이어 소울다이브의 넋업샨은 "랩은 이미 너무 다 뛰어나게 잘했고, 중요한 건 내용이 슬프다", 스윙스의 두 번째 디스곡을 자신의 트위터에 게재한 제이켠은 "와우 이걸 어떻게 이겨", 제이통은 "밤새 (이)센스형 녹음 받아준다고 방금 깼는데 신난다", "스윙스 꼴통 돼지형 2008년처럼 멋있어"라는 글로 한 마디씩 거들었다.
남은건 다이나믹듀오, 그리고 쌈디다. 그리고 스윙스 소속사 브랜뉴뮤직, 다이나믹듀오 & 쌈디의 소속사 아메바 컬쳐도 여기에 깊게 얽히고설켰다.
현재 새 앨범을 발매하기 위해 뮤직비디오 촬영 등을 진행하는 등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인 다이나믹듀오가 후배들의 디스랩에 맞디스랩으로 화끈하게 화답할지, 이센스를 보내고 솔로 래퍼로 거듭난 쌈디가 오명을 씻고 랩으로 답가를 보낼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만약, 이들이 침묵으로 일관한다면 가장 먼저 주요 래퍼들이 맞딱뜨리는 곳은 바로 오는 9월 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예정된 힙합 페스티벌 '2013 원 힙합페스티벌(2013 ONE HIPHOP FESTIVAL)'이다. 이 페스티벌은 지급 힙합 음악팬들에게 힙합 디스전으로 인해 크게 주목받고 있는 상황.
다듀와 쌈디는 없지만, 현재 논란의 중심에 올랐던 스윙스, 어글리덕을 비롯해 제이켠, 매드클라운, 지조, 소울다이브, 박재범 등이 한 무대에 오른다. 또한 스윙스와 브랜뉴뮤직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버벌진트, 범키, 산이, 피타입도 나선다. 그리고 한국 힙합계의 한 획을 그은 가리온을 비롯해 도끼, 노이즈맙, 딘딘, 배치기도 참여하는 힙합 축제인 만큼 이 곳에서 뭔가(?)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도 쏠리고 있다.
저 멀리 켄트릭 라마로부터 날아온 미국발 힙합 디스전이 국내에 스윙스를 필두로 핑퐁처럼 주거나 받거니 하며 진행되고 있는 현재, 인디 힙합신과 다르게 쉬이 행동할 수만은 없는 메이저 힙합신에 속한 힙합 뮤지션들이 어떤 식으로 대응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이 음원차트 정상을 수시로 휩쓸며 주류로 떠오른 힙합 뮤직에 어떤 영향을 끼치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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