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60승 고지에 처음 오른 팀은 LG였다.
LG는 23일 문학구장에서 벌어진 SK와의 경기에서 11-5로 승리를 거뒀다. 이날 승리로 LG는 60승 41패로 시즌 60승 고지를 가장 먼저 밟은 팀이 됐다. 선두 삼성과의 승차는 0, 다만 승률에서 4리 뒤져 2위에 머물렀다.
특히 LG는 10년 만에 60승을 넘기는 기쁨을 맛봤다. LG가 마지막으로 60승을 넘긴 건 2003년, 60승 71패 2무로 6위에 그쳤다. 이후 2004년 59승, 2005년 54승, 2006년 47승, 2007년 58승, 2008년 46승, 2009년 54승, 2010년 57승, 2011년 59승, 2012년 57승만을 거뒀다. 시즌 종료를 25경기 남겨둔 시점에서 LG는 지난 10년 동안 거뒀던 한 해 승리를 넘기는 기염을 토했다.

LG의 60승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60승 팀이 나오기 시작한 1985년 이후 60승에 선착한 팀은 모두 4강에 진출했다. 11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 실패를 맛봤던 LG의 지상과제는 4강 확보, 프로야구 역사를 봐도 LG는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성적만 봐도 그렇다. 2위 LG와 5위 롯데의 격차는 7.5경기, 정규시즌이 이제 30경기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사이 LG가 4강 밖으로 추락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70승이면 4강 안정권으로 보고 있는데 LG는 남은 27경기에서 10승만 거둬도 된다.
당연히 기뻐할 만한 일이다. 승리를 거둔 뒤 LG 김기태 감독은 "우리 선수들과 팬 여러분들, 60승 축하 드린다"고 기뻐했다. LG의 진격에 많은 이들이 회의감을 보이기도 했지만, LG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는 김기태 감독을 구심점으로 하나로 뭉쳐 열매를 보기 직전이다.
그렇지만 김기태 감독은 결코 샴페인을 미리 터트리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 27경기가 남았다"는 말로 주의를 환기시켰다. 이제는 '유광 점퍼' 안정권에 들어왔지만, LG의 목표는 그 이상이다. 삼성과 치열한 선두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이 생각난다.
이제는 김기태 감독도 '1위'에 대한 언급을 꺼리지 않는다. 지난주 김기태 감독은 4연전을 앞두고 "이번주가 지나면 (우리 팀 포지션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3일 경기 전 "앞으로 10경기만 더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섣불리 순위를 이야기하지 않고 묵묵히 갈 길을 가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10경기가 더 지나서 17경기가 남으면 그때는 있는 걸 모두 쏟아 붓겠다"고 덧붙였다. 현 시점에서 총력전의 의미는 곧 정규시즌 우승 도전이다. 쉽게 찾아오지 않는 기회, 승부사 김기태 감독은 숨죽인 채 추격전을 벌이다 이제 칼날을 꺼낼 채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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