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강영식, 양준혁과 손아섭 사이에서 고민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8.24 06: 39

"정말로 내가 끝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지옥에 가서라도 데려 온다는 좌완 파이어볼러, 강영식(32,롯데 자이언츠)이 돌아왔다. 허리 통증으로 퓨처스리그에 머물렀던 강영식은 지난 15일 사직 넥센전부터 1군 등판을 시작했다. 이후 3경기에서 강영식은 5이닝을 소화하며 피안타 단 1개, 삼진 6개를 잡으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덕분에 강영식은 '게토레이 퍼펙트 피처' 구원투수 부문 주간 MVP로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강영식은 "상금이 얼마인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정말 오랜만에 상을 받아서 그게 기쁠 뿐"이라고 터져나오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주 강영식은 타석에 서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18일 NC와의 홈경기에 출전한 강영식은 지명타자가 없어지면서 연장 10회말 2사 1,3루 상황에서 타석에 섰다. 좌타석에 들어간 강영식은 김진성을 맞아 강렬한 눈빛을 보여주며 타격에 임했지만 결국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많은 투수들이 고교시절 타격을 경험했지만 강영식은 달랐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이후 처음으로 타석에 섰다"고 말했다. 강영식이 나온 대구상고는 야구부원이 많아 2학년 이후 철저하게 분업화를 했고, 투수를 선택한 강영식은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강영식은 타석에 설 경험이 좀처럼 없었기 때문에 누군가의 타격 폼을 벤치마킹 할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는 "타석에 들어가기 전에 양준혁 선배님 타격 폼대로 칠지, 아니면 (손)아섭이 치는 것처럼 칠지 고민했다. 사실 내가 흉내는 잘 낸다"고 말했다. 그럼 당시 누구의 타격 폼으로 친 것이냐고 묻자 "아무래도 치기 싫은 사람처럼 친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서툰 타격 폼과는 달리 마음만은 뜨거웠다. 마운드 위를 노려보는 강영식의 눈빛은 화제가 됐다. '직구 안 던지면 가만 안 둔다' 라는 식으로 패러디가 되기도 했다. 그 이야기를 듣자 강영식은 웃으면서 "그런 생각을 한 건 결코 아니다"라면서 "그래도 정말 치고 싶었다. 그런 생각 때문에 그런 표정이 나온 것 같다"고 답했다.
끝으로 강영식은 "우리 팀을 놓고 4강이 힘들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정작 선수들은 자신감에 차 있다. 무조건 가는 거니까 팬 여러분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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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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