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55홈런 기록이 깨질 것인가.
일본프로야구에서 성역이나 다름없는 55홈런 기록이 경신될 가능성이 생겼다. 야쿠르트 외국인타자 블라드미르 발렌틴(네덜란드)이 공포의 홈런포를 연일 가동하고 있다. 이 때문에 39년 만에 일본의 한 시즌 최다홈런 기록 달성이 주목받고 있다.
발렌틴은 지난 23일 히로시마 도요카프와의 원정경기에서 시즌 47호 홈런을 날렸다. 팀이 0-5로 뒤진 가운데 좌중간에 커다란 아치를 그렸다. 최근 3경기 연속 홈런이자 시즌 47호 홈런이었다. 이 홈런으로 100타점까지 도달했다.

발렌틴은 2013 WBC에 출전한 뒤 부상으로 초반 12경기에 뛰지 않았다. 그러나 복귀한 이후 무시무시한 홈런포를 가동했다. 이런 추세라면 남은 36경기를 감안하면 무려 64홈런 페이스이다. 8월에만 13개의 홈런포를 날리고 있다. 앞으로 9개의 홈런을 더한다면 일본에서는 신의 영역이나 다름없는 55홈런 신기록을 갈아치울 수 있다.
지난 1964년 요미우리 소속 오 사다하루(왕정치)가 55홈런을 날려 한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세웠다. 이후 신의 경지로 남겨져있었지만 2001년 터피 로즈(긴테쓰)와 2002년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가 나란히 55홈런을 날려 어깨를 나란히 했다.
외국인 타자가 신기록을 달성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그만큼 일본프로야구판에는 외국인타자가 오사다하루의 홈런기록 경신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번이나 신기록 달성 가능성도 있었다. 그러나 일본팀들이 외국인 타자들의 기록 경신을 막기 위해 정면 승부를 피하는 바람에 이들의 신기록은 무산되었다.
터피 로즈는 2001년 5경기를 남겨놓고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않는 상대 투수들 때문에 달성에 실패했다. 당시 다이에 호크스 배터리 코치는 "오 사다하루는 일본야구의 상징이다. 로즈는 미국으로 돌아가면 그만이다. 우리가 감독(오 사다하루)의 기록을 지켜야 한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미국 언론에서도 비난을 할 정도로 논란이 되었다.
랜디 바스(한신) 역시 지난 1985년 54홈런을 날리고 2경기를 남겨놓았다. 그러나 오 사다하루가 이끄는 요미우리와 최종 2경기에서 고의 볼넷 남발로 기록달성에 실패했다. 당시 오 사다하루는 고의볼넷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었던 외국인 용병이 "스트라이크를 던지면 1000달러씩 벌금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오 감독이 아닌 투수코치의 지시였다. 발렌틴의 홈런 신기록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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