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의 엔터~뷰 (Enter-View)]
인생을 절대 낭비 하지마
작고 이쁜 나비 날갤 펼쳐봐
그 누가 뭐라 건 밤을 설치지마
누가 뭐래도~ 쉬
조용히 가라 해~
두발, 땅에 닿지 않아
아무 말도 안 들려
넌 계속 지껄이지만 오 예~ (중략)
흔히 볼 수 있는 우리가요의 통상적인 가사다. 그런데 이 노랫말에 멜로디를 담아 정식으로 발표한 가수가 한국이 아닌 영국 최고의 걸 그룹이란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바로 스파이스 걸스(Spice Girls)이후 세계 대중 음악계를 정복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국의 4인조 여성 그룹 리틀 믹스(Little Mix)가 ‘날개(Wings)’란 곡 제목의 우리말 가사가 반 이상 되는 한국어 버전을 정식 음원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리틀 믹스는 영국 최고의 오디션 프로그램 중 하나인 “엑스 팩터(X-Factor)” 여덟 번 째 시즌(2011년) 우승 팀으로 이미 두 곡의 영국 싱글 차트 1위 곡을 갖고 있으며, 작년 하반기 “DNA”란 데뷔 음반을 공개해 2012년 9월 8일자 차트에서 앨범 수록 곡인 영어 버전’Wings’로 정상을 차지한 바 있다.
특히 같은 해 10월 6일자 영국 싱글 차트에 글로벌 히트곡인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1위에 오르며, ‘K-Pop의 존재’를 확실하게 알게 된 리틀 믹스는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에서 자신들의 히트곡 ‘Wings’를 커버한 한국 참가자들의 동영상을 보고 감명을 받아 오랜 시간 한국어 공부를 한 후, 마침내 이번 달 19일 ‘Wings’의 한국어 버전을 전세계에 출시하기에 이른 것이다.
세계적인 인기 아이돌 그룹으로 성장한 원 디렉션(One Direction)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평가 받고 있는 같은 영국 출신의 리틀 믹스가 한국어로 노래한 곡을 발표한 것으로만 보아도 우리 ‘K-Pop’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이미 기라성 같은 해외 음악인들과 K-Pop 뮤지션들의 공동 음악 작업은 이미 빈번해졌고, 이제는 팝 음악의 종주국이라고 일컫는 미국과 영국 출신 팝 음악인들이 우리말로 정식 음원을 출시하며 큰 화제를 낳고 있는데, 그 구심점에는 역시 ‘국제 가수’ 싸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 해외 뮤지션들, 싸이를 노래하다 –
2012년 전세계를 강타한 싸이의 ‘강남 스타일’. 최대 음악 시장인 미국에서는 ‘강남 스타일’을 정식을 리메이크한 곡들도 상당한 인기를 누렸다. 우선 인기 뮤지컬 드라마 “글리(Glee)의 네 번째 시즌에 ‘강남 스타일’을 서투른 우리말로 열창하는 글리 출연진들의 노래는 사운드트랙 앨범에도 수록되어 작년 말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한, ‘강남 스타일’은 매년 미국 내 최신 히트곡만을 엄선해서 편집 앨범을 발표하는 15세 이하10대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키즈 밥 키즈(Kidz Bop Kids)의 23집 음반에도 수록되기도 했다. 올 1월 13일 발표되어 빌보드 메인 차트인 “빌보드 200” 앨범 부문 2위까지 랭크 될 만큼 키즈 밥 키즈의 시리즈 음반들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우리말을 전혀 모르는 미국의 10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순화된 후렴구가 돋보이는 ‘강남스타일’을 노래한 것만큼 뿌듯한 일은 없을 것이다.
결성해서 활동한 지 50년이 넘는 팝 명곡 ‘Kiss And Say And Goodbye’의 주인공인 노장 그룹 ‘맨해탄스(Manhattans)’가 싸이에게 헌정하는 곡으로 ‘강남 스타일’을 재해석, 지난 6월 13일 미국에서 싱글을 정식으로 발표한 것 역시 남다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젠틀맨’도 해외 유명 음악인들에 의해 리메이크되었는데, 피아니스트 겸 음악감독인 스콧 브래들리(scott Bradlee)와 그의 밴드 포스트모던 주크박스(Postmodern Jukebox)가 경쾌한 스윙 재즈 음악으로 180도 변신을 시도, 색다른 편곡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적이 있다.
결국 싸이에게서 시작된 ‘K-Pop의 보편적 대중화’는 한없이 높아 보였던 영국과 미국 음악계의 높은 장벽을 차근차근 허물어 가고 있다. 보다 더 지명도 높은 팝 아티스트들이 K-Pop을 우리말로 리메이크하고, 자신들의 노래를 한국어로 노래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해리슨/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