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슈팀] 엠넷의 대표적인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5’에서 불거진 ‘조권 독설’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당사자인 조권이 SNS를 통해 과정을 해명하고 제작진까지 나서 당시 상황을 설명했지만 조권의 한경일 심사평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조권은 23일 밤 방송 된 ‘슈퍼스타K5’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해 소신껏 가수 지망생들의 노래를 평가했다.
박재한이라는 이름의 출연자가 심사대에 올랐고 조권은 느낀 대로 점수를 매겼다. “잘하긴 하는데 늘어진 브이넥 때문인 지 모르겠지만 좀 느끼했다. 노래를 이렇게 잘하시는 분은 굉장히 많다. 하지만 감동이나 여운은 느껴지는 게 없었고 개성도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과는 불합격.

그런데 판정이 이승철 순서가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이승철이 박재한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그가 2002년에 이미 앨범을 낸 가수 한경일이라는 사실이 밝혀 진 것.
조권으로서는 입장이 매우 난처해졌다. 선배 가수를 모독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조권은 SNS에 올린 해명글에서 “후배가 선배님을 심사했다는 이유가 저의 심사위원 자격논란으로 불거진 것에 대해 유감입니다”라고 적었다.
사실 조권이 잘못한 것은 없다. 자격을 인정 받아 인기 절정의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심사위원으로 발탁 됐고, 주어진 임무대로 후보자를 심사했을 뿐이다.
문제는 후배 가수가 선배 가수를 심사하도록 한 프로그램의 잔혹성이다. ‘슈퍼스타K’ 응모 요강을 보면 ‘1세부터 99세까지 남녀노소 누구나 1차예선에 지원할 수 있다’로 되어 있다. 기성가수의 지원을 막는 아무런 제한이 없다.
하지만 숨은 아티스트를 발굴하고자 하는 ‘대국민 오디션’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에서 봤을 때 기성 가수가 출연하는 게 옳은 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
심사위원이 불편한 상황은 여기서 만들어진다. 한국 정서에서 어떤 후배 가수가 선배 가수의 노래 실력을 냉철하게 심사할 수 있을까? 조권의 억울함도 마찬가지다.
잔혹한 상황을 즐기는 제작진의 숨은 의도도 문제다. 박재한이 한경일이었을 밝히는 순서가 왜 조권의 심사가 끝난 뒤였을까? 박재한은 자신이 한경일로 활동했다는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 하는데 왜 끝까지 숨기지 않았을까? 제작진은 박재한이 한경일이었음을 전혀 몰랐을까?
누가 봐도 다른 가수 누군가를 평가하기에는 아직 ‘어린’ 조권을 심사위원으로 앉혀놓고 선배가수를 심사하도록 내버려 둔 이번 시나리오는 한편의 잔혹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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