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우천연기 결정까지, 사건의 재구성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3.08.24 16: 41

"오늘 예보를 보면 못할 것 같은데."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를 앞둔 24일 사직구장. 롯데 김시진 감독은 물이 가득 고여있는 그라운드를 보면서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올 여름 심각한 가뭄에 시달렸던 남부지방은 주말을 맞아 반가운 비가 내리고 있다. 부산은 전날 밤 늦게부터 계속해서 비가 내리던 상황, 이미 사직구장 그라운드는 물에 잠겨 있었다.
김 감독은 "오늘 일기예보를 보면 못 할것 같은데"라며 먼 하늘을 바라봤다. 옆에 있던 롯데 구단 관계자 역시 스마트폰을 이용, 기상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당장은 비가 많이 안 온다 하더라도 내일 아침 9시까지 비 예보가 있다. 경기 시간에도 내내 비가 온다고 돼 있으니 오늘은 경기 하기가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직구장은 천연잔디 구장으로 비가 그친다 하더라도 외야에는 물이 잔뜩 고여있는 경우가 많다. 김 감독은 "지금 외야에 나가서 잔디 밟아보면 한 3cm는 물이 차 있을 것"이라고 손짓을 해 보였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경기가 펼쳐질 오후 6시부터 9시 사이 부산지역 강수확률은 80%, 강수량은 20~39mm였다.
롯데 쪽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건 우천연기를 바라기 때문은 아니다. 예보상으로 어차피 경기를 치르기 힘들다면 플레이볼 뒤 노게임 선언이 되는 것보다 우천연기가 되는 쪽이 선수들의 체력관리 측면에서도 낫기 때문이다. 이날 롯데의 선발투수도 크리스 옥스프링으로 원투펀치 중 한 명이 나설 예정이었다. 김 감독은 "경기는 경기감독관이 결정하는대로 따르면 된다. 순리대로 가는 게 가장 좋다. 경기를 할 수 있는 상황이면 당연히 해야 하는데 오늘은 힘들지 않겠나"라고 했다.
 
우천연기 선언을 기다리던 삼성 선수단도 빗방울이 잦아들자 결국 사직구장으로 왔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비가 계속 오면 선수들 푹 쉬게 하려고 했는데 비가 그쳐가니까 어쩔 수 없이 나왔다"고 입맛을 다셨다. 김 감독을 만난 자리에서도 류 감독은 "어제 이렇게 경기 안 할것처럼 분위기 잡다가 완전히 깨지지 않았나. 오늘 할 수 있겠냐"고 슬쩍 속내를 내비쳤다.
김 감독과 류 감독이 기다린 인물은 바로 서정환 경기감독관이다. 어지간한 비로는 연기결정을 잘 안내리기로 유명한 경기감독관. 그렇지만 이날 결정은 빨랐다. 서정환 경기감독관은 사직구장에 도착해 곧바로 그라운드를 둘러본 뒤 "물이 너무 많이 고여있는 데다가 비 예보가 있어서 오늘 경기가 힘들겠다"며 양 팔을 가로질려 가위 표시를 해 보였다. 삼성 선수단은 사직구장 잔디만 잠시 밟은 뒤 숙소로 돌아가게 됐다.
우천연기 결정에 안타까워 한 이가 있으니 바로 롯데 박흥식 타격코치. 박 코치는 전날 삼성이 비슷한 상황에서 경기를 벌여 대패를 당한 사실을 떠올리며 "우리 타자들이 오늘 잘 칠 것 같았는데 아깝다"며 웃어 보였다.
롯데와 삼성은 25일 선발로 옥스프링-장원삼을 그대로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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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백승철 기자 bai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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