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함께 호흡한 듀엣은 듣는 이를 노래를 듣던 과거로 소환해 추억을 아로새기게 하며 감상에 젖어들게 했다. 언제나처럼 노래에 점수를 매기고 가수들의 승패는 나눴지만, 우승자가 누구였나보다는 전설과의 꿈 같은 듀엣과 그 노랫소리만이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24일 오후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이하 '불후의 명곡')는 레전드7 특집편으로 꾸며졌다. 이정, 정동하, 문명진, JK김동욱, 바다, 제국의아이들, 임태경은 전설이 된 마이클잭슨, 김현식, 김광석, 장국영, 윤심덕, 도나썸머, 프랭크 시나트라의 무대를 펼쳤다.
가장 먼저 나선 이정은 팝의 황제 마이클잭슨의 '유 아 낫 얼론(Yoy are not alone)'과 '비트 잇(Beat it)'으로 정적이고 동적인 무대를 모두 만족시켰다. 그는 "내 무대에서 잭슨 형님을 봤으면 좋겠다"는 바람대로, 흡사 뮤직비디오 속의 마이클 잭슨을 완벽 재현하는 듯한 무대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임태경은 스탠다드팝의 거장 프랭크 시나트라의 '마이 웨이(My way)'로 정중동(靜中動)을 느끼게 했다. 화려한 연출도, 고막을 찢을듯한 고음도 없었지만 오케스트라와 함께 어우러진 임태경의 곡을 그 자체로 힐링이었다.
이어 바다가 무대에 올랐다. 바다는 국내 최초의 여성 성악가 윤심덕의 '사의 찬미(死─讚美)'를 선보였다. 특히 무대 전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와 현해탄에 끝내 몸을 던진 이야기는 '사의 찬미'에 절묘하게 녹아들어 심금을 울렸다. 바다는 숨소리와 떨리는 음색으로 오롯이 이를 소화했다.
임태경과 바다, 두 사람은 신나고 유쾌한 무대로 관객의 추억을 끄집어냈던 마이클 잭슨의 무대를 보여준 이정에게 명곡판정단의 평가 점수로는 아쉽게 패했다.

이정의 연승에 제동을 건 것은 다름아닌 JK김동욱. 그는 장국영의 '당년정'을 선곡해 '불후의 명곡' 사상 최초로 중국어 노래를 완벽 소화했다. 특히 영화 '영웅본색'에 삽입돼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던 '당년정'은 JK김동욱 특유의 저음과 전제덕의 하모니카 소리와 한데 어우러져 곡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제국의아이들은 야심차게 준비한 도나썸머의 곡 '핫 스터프(Hot stuff)'로 열정적인 디스코 무대로 명곡판정단들까지 들썩이게 만들었지만, JK김동욱의 '당년정'을 넘지는 못했다.
뒤이어 등장한 고 김광석과 호흡을 맞춘 문명진의 '서른즈음에', 고 김현식과 듀엣을 선보인 정동하의 '비처럼 음악처럼'은 앞서 무대에서 천천히 쌓였던 감성을 제대로 폭발시켰다.
문명진은 고 김광석의 실제 음성이 담긴 영상과 함께 '서른즈음에' 호흡을 맞췄다. 김광석의 목소리로 시작되는 인사 멘트, 그리고 부르기 시작한 '서른즈음에'…서서히 무대로 걸어나오는 문명진의 모습은 영상과 교차돼 함께 듀엣을 하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관객들은 저절로 탄성을 자아낼 수 밖에 없었다. 명곡판정단의 마음을 움직인 문명진은 JK김동욱을 누르고 우승을 목전에 두는듯 했다.
하지만 이어진 정동하의 '비처럼 음악처럼'은 세대를 뛰어넘은 정동하와 고 김현식의 하모니가 감동을 수놓았다. 김현식을 가장 존경하는 가수로 꼽은 정동하는 화면 속에서 노래하는 김현식과 화음을 완성해 감동의 듀엣 호흡을 펼쳤다. 특히 후반부에 고음으로 점철된 하모니를 완성하는 순간에는 듣는 이를 소름돋게 만들 정도였다. 결국 정동하는 '불후의 명곡' 사상 최고의 점수인 439점을 명곡판정단으로부터 받아 최종 우승을 거머쥐었다.
비록 우승은 정동하가 꿰찼지만, 단순한 우승을 떠나 이날 '불후의 명곡'은 문명진 & 고 김광석의 듀엣 호흡, JK김동욱의 중국어 노래로 떠오른 '영웅본색'의 추억 등 나중에도 손꼽힐 만한 멋진 무대와 감동을 자아냈음은 분명한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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